다차에서 바냐, 러시아식 사우나-5월 21일, 상트페테르부르크-Banya in Dacha in St.Petersburg, Russia

다차에서 바냐, 러시아식 사우나-5월 21일, 상트페테르부르크-Banya in Dacha in St.Petersburg, Russia

Foreign trip/16-May:St.Petersburg-Tallin

2016-07-21 02:08:16


에르미타주를 다 둘러보고 러시아에 오게한 장본인 중 하나인 티무르를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바로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같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친해졌는데 한국에 올 때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자랑과 꼭 한 번 오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했던 친구다. 그 때마다 항상 이야기했던 것이 '러시아 사우나'이다. 오게되면 다른건 몰라도 러시아 사우나는 꼭 같이 해야한다면서 거의 노래를 부르다시피 말했다.

오후 5시, 만나기로 한 포시즌 호텔에서 차를 타고 1시간정도 달려 상트페테르부르크 밖으로 나왔다. 티무르가 사는 곳은 쉬리셀부르크라는 곳인데 독일의 영향을 받은 지역들은 뒤에 '부르크 burg'가 붙는다고 한다. 쉬리셀부르크마저도 지나고나니 아기자기한 주택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 나왔다. 바로 여기가 러시아 사람들이라면 꼭 하나는 가지고 싶어하는 '다차'가 모인 곳이다. 다차는 소련 때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족당 하나씩 배급되던 여름별장이다. 식량 문제 해결이 첫번째라 각 다차마다 밭이나 조그마한 농장을 함께 꾸리고 있다. 그 맥락은 이어져서 현재까지도 다차를 소유하는 집이 많으며 다차를 소유한 집은 부유한 집으로 통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감탄의 눈빛으로 바라봤더니 자기네 집 아니고 장인어른 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친구를 초대하기 위해 장인어른의 별장에 놀러왔다는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그 가족이 다 계셨다.

친구 장인어른과 장모님과 인사하고 저녁을 얻어먹는 이상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러시아의 여름 별장 다차에는 작은 밭이 항상 있다.


정말 오랜만에 밖에서 오손도손 저녁다운 저녁을 먹었다. (당연히 보드카도 함께) 밥 먹는 동안에 장인어른의 군인 얘기와 (엄청 과묵하시다) 장모님의 무한 리필에 토하기 직전까지 먹은 뒤, 잠시 걸으며 소화를 시키고 사우나 체험을 시작했다. 나와 티무르 그리고 처음 뵙는 티무르 장인어른까지 함께 사우나를 하는 이상하고 또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이제 어떻게 할 수도 없다. 바냐(또는 반야)라고 불리는 러시아 사우나는 한국의 사우나와는 정말 정반대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술을 마시면 사우나에 절대 들어가지 않는 것과 반대로 여기는 술을 맛있게 먹기 위해 사우나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계속 술과 사우나의 반복이다. 우선, 사우나에 들어가기 전에 보드카 세네잔 마시면서 시작을 알리고 첫 사우나를 약 10~15분 정도 한 뒤 다시 밖에 나와 안주에 맥주를 마신다. 그리고 이 루틴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도는 것이 바냐(баня)이다. 음주 후 출입을 금하는 한국인이 왠지 나약해 보일 정도로 정말 계속 술과 사우나를 즐긴다. 게다가 사우나를 하고 나오면 술이 깨는 진기한 현상마저 경험을 했더니 멈출 수가 없다.


러시아 다차 안의 사우나 구조. 문을 열면 옷을 갈아입고 물을 닦는 곳이 나온다.

문을 하나 열고 들어가면 찬물을 끼얹고 사우나 안에서 사용할 기구들(비료자 나무나 그 외 허브등등)을 비치하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사우나실. 사실 뭐 한국이랑 다른게 전혀 없다

러시아는 습식 사우나이다. 북유럽은 건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차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술이다


한국이나 그 외 국가에서 '접대'라는 말을 할 때 첫번째로 떠올리는 것이 골프 또는 룸사롱같은 것이지만 러시아에서는 사우나를 첫번째로 떠올린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술을 마시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중간중간 러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얀 비료자 나뭇가지로 서로 때려주면 안친해질 수가 없다. 이 러시아 습식 사우나의 진면목은 끝나고나서 침대에 누웠을 때다. 눕고 그 뒤로 기억이 없다.

어디서 봤는지 모르겠지만 러시아 사람이 집으로 초대를 한다면 굶고 그 날 집에는 못돌아간다는 생각으로 방문을 해야한다고 한다. 내 경우에도 친구 장인어른 집에서 자는 것은 뭔가 좀 이상해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저녁만 먹으려고 했는데 이 인간이 자기 술 먹었다고 운전 못한다고 자고 가라고 한다. 거기에 이 집에 있는 맥주며 보드카며 다 꺼내서 나온다. 만약 러시아에서 초대를 받는 행운을 얻었다면 일단 그 날은 술을 진탕먹고 그 집에서 자는 것으로 알고 가기를 바란다.


러시아에서 하나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면 이 다차를 가져오고 싶다. 화장실은 밖에 푸세식이라 조금 불편하지만 여유를 한껏 느낄 수 있다.

평화로운 러시아 여름 주말



경비

  • 아침 햄버거 맥주 셋트 430RUB
  • 에르미타주 입장 500RUB 오디오 500RUB
  • 책 450RUB

총 경비 1880RUB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38,555RUB + $1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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