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반복 사우나 후 침대에 눕고나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꿀잠도 이런 꿀잠이 없다고 생각 될 정도로 세상 모르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일어나자마자 아침밥이 차려졌다. 정말 이런 호사를 대접해 주다니 계속 감탄과 감사를 하는 중이다.
티무르가 오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기 전에 자기 동네인 실리셀부르크 근처에 있는 아리쉬크 카스텔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지도에서 찾아보니 영어로는 Forteresse d'Orechek인데 영어가 아니라 불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거기다 실리셀부르크는 영어로 지명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몰라서 그냥 러시아 어를 썼다. 설명해주기로는 2차대전 때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막기 위해 러시아군이 마지막까지 독일군을 막은 조그만 섬이고 그 전에는 레닌의 형이 처형당한 감옥이라고 했다. 날도 좋은데 감옥을 가자니... 이게 뭔소린가.
오늘 날씨는 정말 좋다.
배는 자주 다니는 편이라 얼마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었다.
멀리서도 보이는 카스텔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망치려다 이 호수를 못 건너고 죽었다고 한다.
가까이서보니 꽤 크다
입구에서 러시아 전통복장을 하고 무예를 연마(?) 중인 사람들
안에 들어오니 인근 학교에서 소풍을 나왔는지 애들이 바글바글하다. 애나 어른이나 좋은 위치에서 친구들이랑 셀카찍는 모습은 한국이나 러시아나 똑같다. 여름으로 진입하는 중이라서 섬이 초록 풀들과 노란 민들레들로 굉장히 아름답다. 거기에 꼬맹이들이 팔벌리며 뛰고 다니니 감옥보다는 멋진 놀이터같은 분위기다. 카르텔에는 전통복장을 입고 아이들을 교육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선생님들도 느긋하게 구경하며 다닌다. 이런 평화로운 전쟁터이자 감옥이 있다니.
일부러 역사자료로 남기려고 뒀겠지만 정말 건물이 흉측하다 포탄과 총알이 안박힌 곳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어제 사우나에서 신나게 등 때리던 비료자 나무.
레닌의 형인 알렉산드르 울야노프. 알렉산드르가 이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레닌은 극단적인 혁명가로의 길을 결심하게 된다.
카르텔보다 더 재밌었던 것은 바로 이 호수 위의 물안개다. 바이칼처럼 호수 위에 물안개가 끼는데 단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눈 앞에서 안개가 갑자기 끼는 것을 보니 멋있기도 하면서 두렵기도 하다.
돌아오고선 티무르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티무르 제수씨가 블린을 해주셨는데 양도 엄청 많고 꿀도 엄청 맛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아파트가 무너진 것처럼 암울해보였지만 실내로 들어오니 굉장히 아늑하다. 러시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외관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다.
경비
- 배 값 1000RUB
총 경비 1000RUB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39,555RUB + $15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