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매주 등산가는 멤버들과 산에 오르려고 했지만 천성이 게을러 산에 가지 못하고 대신 드라이브 겸 맛있는거나 먹자고 의견이 모아져 용인으로 왔다. 블로그를 보면 알겠지만 나는 여기저기 들어서 혼자만의 맛집 지도도 만들고 머리 용량이 작아 일기처럼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읽는 사람 입장에서 재미는 없지만 있지만 아무리 그렇게 노력을 해도 맛집 센서가 남다른 사람들은 못따라 간다. 오늘 가게 된 병용골도 그런 맛집 센서가 남다른 친구가 직접 차까지 끌고서 데리고 가 준 곳이다. 주문은 메뉴를 볼 것도 없이 "물닭갈비"로 정해졌다. 운전에다 장소까지 정한 사람이 "우린 이 곳에 물닭갈비를 먹으러 왔다!"라고 한 것이라 나머지들은 그저 맛있는 것을 주문해 주신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물닭갈비가 뭐지?
병용골에 들어서면 식당의 주된 고객이 나이가 좀 있는 분들임을 알 수 있다. 좌식 테이블이 있긴 하지만 주로 앉아 먹는 와식 테이블이 대다수이고 메뉴도 자연방사 토종닭을 이용한 음식으로 어르신들이 좋아할 보양식이 주를 이룬다. 자연방사 토종닭이랑 일반 닭 차이가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일단 자연방사 토종닭은 가장 비싼 메뉴에 들어간다. 그러니 일단 나랑은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살짝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주문해서 먹은 물닭갈비의 고기가 굉장히 부드럽고 기본 반찬들이 매우 맛깔나서 여러번 부탁 드리기를 반복했다. 특히 오이고추는 최고였다 이 정도 요리 실력이면 비싼 돈 내고 토종닭을 주문해도 돈이 아깝지는 않을 것 같다.
비싼 것들은 예약을 해야한다. 얼마나 맛있게 하시려고 그러실까. 이미 물닭갈비도 괜찮은데.
생각보다 닭갈비 가격이 싸게 이상했다.
카메라에 필터를 넣었더니 엄청 맵게 보인다. 하지만 전혀 맵지 않다.
조리를 다 해주셔서 세상 편하다
공기밥을 시키려고 했더니 다 먹고 밥을 비벼 먹는게 더 맛있다고 하셔서 추천을 따랐다.
서울에서 먹던 닭갈비집 볶음밥이랑 별로 다를건 없어 보이는데 이상하게 좀 더 괜찮다고 느껴진다.
이 물닭갈비란 것이 참 묘한게 서울에서 먹던 일반 닭갈비와는 확실히 다른 비주얼과 맛을 보여준다. 서울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철판 닭갈비는 정말 닭고기를 소주에 먹는 재미이고 춘천에서 먹은 숯불 닭갈비는 마치 양념갈비를 먹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건 이전의 것들과는 또 다른 맛이다. 닭고기를 감자와 파에다 국물을 얹어 먹다보니 내가 찌개를 먹는건지 고기를 먹는건지 헷갈린다. 소주를 먹기 위해 닭갈비를 찾는다면 난 물닭갈비를 추천한다.
다먹고 밖으로 나서니 병용골 식당 앞에 용인향교가 있다. 글을 읽어보니 거의 대부분 불타서 새 건물이나 다름없었지만 특이한게 하나 있으니 눈길이 간다. 배불리 밥먹고 산책겸 다니기 좋다. 정말 몇 걸음 안가서 끝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