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에서 같은 방을 쓰던 필리핀 친구들과 친해져서 투어를 같이 가기로 했다. 어디가냐고 물었을 때, 키나발루 산을 볼 것이고 그 중간에 가이드가 여기저기 데려가는데 어딘지는 잘 모르겠단다. 대충 들어도 '우리도 별 생각 없이 가이드만 쫓아 다닐거야'라고 들리는 대책없는 투어지만 멤버가 좋으니 뒤도 안보고 따라가기로 했다.
한국 사람들이 여기와서 주로 하는 투어는 제셀톤 포인트에 있는 여행사에 들려서 정해진 코스를 예약하거나 쇼핑몰에 위치한 여행사 혹은 게스트하우스와 계약된 여행사를 통해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얘네들은 독특하게도 우버 기사와 계약을 맺고 투어를 한다. 일단 가격이 싸고 (150링깃) 어떤 버스를 타고 갈지 모르는 지역 투어보다 '이 택시라면 우리가 편하게 다닐 수 있겠다'라는 보증을 안고 가는 장점이 있다. 거기에 드라이버의 친절도 보장이 되니깐 더 안전하다고 이야기한다. 나한테 투어에 대해 설명할 때 투어의 내용보다는 '드라이버가 착해', '드라이버가 영어를 잘해', '차가 최근에 산 것 같아'처럼 우선 드라이버와 차에 대해 설명하고 그 뒤에 투어 내용을 설명한다. 문화의 차이인지 개인의 취향차이인지 몰라도 내 주위의 사람들과 투어 선택 방식이 다른 점이 재밌다. 여행사뿐만 아니라 우버 혹은 그랩기사들과도 (나중에 불법이라고 듣긴 했지만 그냥 다들 한다고 한다) 투어를 할 수 있으니 코타키나발루 여행 계획 잡을 때 옵션에 추가하시기 바란다.
9시에 게스트하우스 앞으로 온 우버를 타고 꽤 오래 달린 것 같다. 5인석인 차에 5인이 탄 아주 이상적인 멤버였지만 차가 생각보다 작았던데다 애들 피지컬이 꽤나 좋은 편이라 낑겨서 가는 느낌으로 달렸다. 꽤나 달렸다고 느낄 정도로 서로 이야기 할 것도 다 했고 웃을 것도 다 웃었다. 변하지 않는 바깥 풍경과 노곤노곤하게 만드는 아침 햇살이 비추면서 결국 드라이버만 홀로 운전하고 나머지는 전부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 덕분에 불편이고 뭐고 생각할 새도 없이 첫번째 목적지에 도착했다.
처음 도착한 곳이 어디냐고 필리핀 친구들에게 물었을 때 전부 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라고 한 곳이다. 가이드도 영어로 설명하기가 어려웠는지 "놀이공원 같은 곳"이라고 결론을 짓고 표를 사러 갔다. 첫 도착지의 이름은 '루마 테르바릭'. 뭔 뜻인지도 모르겠고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겠지만 패키지의 장점이 바로 이거다. "몰라도 그냥 따라다니면 된다."
뭔지 몰라도 일단 가보자~
음... 뭔지 몰라도 건물이나 물건들을 전부 뒤집어 놓았다. 예술작품 전시하는 곳인가?
사진도 못찍고 CCTV로 감시도 한다. 이렇게 뒤집힌 것을 업사이드 다운이라 하는가보다. 여기에만 있는 전시는 아닌 것 같다.
Before가 더 재밌어 보이는건 나만 그런가
예술작품에 대해 좋다 나쁘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놀러가기에는 별로다. 글쎄... 취향이라는게 개인마다 다 다른 것이고 살아온 삶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냥 재밌는 사진 한 장 찍고 오는 것말고는 딱히 할 것도 놀 것도 없는 곳이다.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재밌어 보일까봐 전부 뒤집어 보았습니다' 라고 말하는데 '에... 글쎄요 그냥 좀 독특한거 말곤 없네요'라고 대답하는 기분이다.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가이드까지 준비된 곳이지만 컨텐츠가 조금 아쉽다.
여튼 첫번째 투어는 망한 것 같습니다. 가이드님 다음은 어디인가요?
경비 (보수적으로 계산하여 x 300원 하면 한국돈으로 계산 됩니다)
- 투어비 RM 150
- 물 RM 1.95
- 물, 담배 RM 18
- 9월1일까지 방 값 RM 72.1
- 두리안 쉐이크 RM 9.9
- 칼스버그 맥주 RM 22
하루 쓴 비용 : RM 273.95
여행 총 경비 : 2875000원 + RM 132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