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에서 친구를 볼 일이 있어 나갔는데 이 친구가 왠일로 자기가 맛집을 찾았다며 꼭 거기를 가야겠다고 한다. 워낙에 설레발이 좀 심한 친구인데다 역에서 15분씩이나 걸어서 가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제기동역에서 걸어가면 훨씬 가까운 것을 굳이 청량리역에서 가야한다니... 그렇게 갸우뚱하며 온 곳이 감초식당이다.
제기동이란 곳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시장바닥'이다. 큰 규모의 시장이 무려 세 개가 밀집되어 있어서 도로는 정신이 없고 인도는 깨끗하다는 느낌과 거리가 먼 곳이다. 감초식당은 이런 시장바닥의 한켠에 위치하고 있다. 찾아가는 길이 복잡해서 조금 어렵지만 근처에 가면 달달한 고기 냄새와 연탄불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보면 금방 찾을 수 있다.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확실히 강남 물가가 비싼게 느껴진다. 300g 12,000원!
가게에 들어서면 "작고 오래된 가게"란 단어가 바로 떠오른다.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라던가 복고란 단어가 생각나는 80년대 식당이다. 가게에 들어서서 주문을 하려고 메뉴를 보면 한 번 충격을 받게 된다. 250g에 15,000원하는 돼지갈비 집이 허다한데 여기는 300g에 12,000원이다. 무조건 2인분을 주문해야하니 600g, 한 근을 시켜야한다.(여기서 주의할 점은 뼈 포함이란 것 정확히 말하면 살코기만 600g이어야 한 근이니 잘못쓴게 맞다) 요즘 고기집들의 비양심적인 행태인 '정량보다 적게 주기'를 했다고 쳐도 확실히 싸다.(이 집이 적게 준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혹시나해서...) 국내산 고기 중에 좀 오래된 것을 쓰는걸까? 직접 돼지를 키우시나? 도대체 어떻게 이 가격이 되지? 하고 고민과 감탄을 이어서 하는 와중에 밑반찬이 턱하니 나온다.
씨래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먹을만한 씨래기국에 금추라고 불리는 상추도 넉넉하게 주신다. "뭐 이런 집이 다 있지?"라며 둘이 신나하고 있으니 금세 고기가 도착한다.
별거 없어 보이지만 하나를 빼는 것도 쉽지 않은 아주 경제적인 반찬이다
연탄불에 구워진 돼지고기의 자태. 확실히 필터를 쓴 사진이 더 맛있어 보인다
정말 맛있다. 발암물질이 많아서 연탄불에 구워먹지 말라고 하지만 진짜 맛있다. 몸에 안좋은 것들이 맛있다는 진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맞다. 얼마나 맛이 괜찮은지 하나도 아니고 두세점씩 쌈에 올려놓고 먹으니 그 많던 고기가 금새 자취를 감춘다. 돼지갈비집 중에 맛을 달게 하려고 소스를 달게하는 집들이 있는데 여긴 그런것도 모르겠다. 그냥 불 맛이다. 고소하고 달달한 연탄불 맛이다. 해산물하면 서촌 계단집이 생각나는 것처럼 돼지갈비하면 생각나는 집이 될 것 같다.
이렇게 굽는데 맛이 없을 수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