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등산과 장시간의 쇼핑을 하고나니 배가 엄청나게 고파온다. 반복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우린 쉬러 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 같지만 뭐가 됐든 배가 너무 고파서 짜증이 나기 시작할 정도다. 배고프다고 말을 하니 또다시 눈이 반짝이며 한국에서 몇 일 동안을 봤는지 전부 보라색으로 링크를 만든 인터넷 페이지를 열더니 "내가 다 준비했지! 쌀국수를 먹으러 가자!"라고 친구께선 호탕하게도 말씀하신다. 뭔가 잘못한건 하나 없는데 오늘 왜이리 얄밉지?
다낭 시내로 가는 길에 있는 롱교(Cầu Rồng)
길가에 위치한 음식점에 가서는 자리를 잡고 앉아 소고기 쌀국수를 주문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지만 주문과 거의 동시에 나온 쌀국수 국물이 아주 괜찮다는 것은 처음 국물을 한 입 먹어보고 바로 알 수 있었다. 분명 비싼 향신료는 아니고 미원같이 싸구려 화학조미료가 들어간게 느껴지는데 참 적절하게 맛있다. 고수의 향도 한국에서 먹던 것이나 다른 동남아에서 먹은 것과 다르게 강하지도 않고 정말 적절하다. 태국에서는 "No 팍 치"를 항상 말했던 내가 여기와서는 한 번도 고수를 빼달라고 하지 않았다.
반미는 식당에 따라 맛의 기복이 심한 반면에 쌀국수는 그런 기복도 없이 모든 곳에서 맛있다. 쌀국수 맛집이 가득한 이 곳에서도 유명하다고 소문난 집이니 당연히 맛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배가 고픈 것도 있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국물까지 싹싹 긁어 먹은 최초의 쌀국수 집이다.
레몬글라스를 넣어도 맛있지만 그냥 먹는게 향을 해치지 않는 것 같아 더 좋았다
밥도 먹었겠다 지금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보면서 베트남 사람들이랑 어울려 보려고 근처 펍을 찾았다. 우리가 들어가서 축구를 보니 약간 흠칫하면서도 같이 응원을 하니 경기가 종료하고 나가는 길에 땡큐를 정말 많이 들었다. 이겼으면 더 재밌었을텐데 그게 좀 아쉽다.
집으로 바로 들어가자니 좀 아쉽기도 하고
어떤 인간 때문에
오늘 쓴 에너지에 비해 쌀국수 한 그릇은 좀 적어서 롱교 근처에 있는 길거리 음식에 즉흥적으로 도전했다. 신기하기도 했고 사람들도 엄청 많아서 맛이 괜찮나 싶었는데 가격만 싸지 맛은 달기만 할 뿐 그저 그랬다.
마지막으로 하이파이브란 곳에서 에이드를 마시고 오늘 하루 끝. 내일부터는 진짜 해변에 누워만 있어야지.
> 쌀국수 집 이름은 포 박 하이. 쿠안 포 박 하이인지 포 박 하이인지 모르겠지만 여튼 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