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데 아쉽게도 외국을 나갈 수는 없고 딱히 할게 없었다. 뭐해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육아휴직을 낸 친구와 함께 전주에 하루 놀다 오기로 했다. 무려 친구 딸내미도 함께!
전주 한옥마을에 가면 교육적으로도 좋을 것 같고 제대로 한 번도 돌아본적 없는 곳이라 나한테도 좋을 것 같아서 아침 일찍 둘을 픽업해서 전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에루화에서 맛있는 점심도 먹고 베이크앤칠에서 아주 괜찮은 빵도 먹고 본격적으로 한옥마을을 돌아보았다.
첫 느낌이라면 베트남의 호이안에 온 것과 비슷하다. 굉장히 전통적인 건물들이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불량식품을 주로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있고 중간중간 유적지들이 섞여 있다. 좀 실망스러운 첫인상이었는데 글을 쓰기 전부터 말하자면 이 실망스러운 느낌은 끝까지 이어진다.
먼저 들린 곳은 전동성당이다. 조선시대때 박해를 받았던 사람들이 순교한 곳에 세운 성당인데 도착했을 때 외관은 수리 중이었다. 코로나고 하니 관광객이 없을 때 수리를 하는게 맞지만 하필 내가 왔을 때라니. 그래도 내부는 정말 아름답다. 성당 특유의 스테인드 글라스와 함께 고풍스러운 벽돌들이 없던 신앙심을 불러 일으킨다. 안그래도 요즘 성당을 안가서 걱정인데 더욱더 창피해졌다. 그래도 잘 쉬고 여행 안전하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리고 나왔다.
그리고 조금 걷다가 경기전 앞을 지나갔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초상화)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거의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는 곳이다. 그 말인즉슨 앞에서 사진만 찍고 도망치듯 나왔다. 외국인들이야 신기하겠지만 우리는 그냥 그랬다. 그래도 애기가 보면 뭔가 교육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억 못한다고 딱 잘라 말하고 뒤돌아서는 참된 아버지 덕분에 경기전은 그냥 스킵했다.
그 뒤로 뽑기도 뽑아보고 길 옆에 흐르는 물에서 첨벙첨벙도 했지만 딱히 뭘 봤다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산책을 하기에는 정말 좋다. 외국인이라면 우리가 호이안에서 하루종일 보내는 것처럼 재미나게 보낼지 모르겠지만 우리한테는 산책을 길고 재미나게 할 수 있는 곳이다.
밤이 되고 비빔밥을 저녁으로 맛있게 먹은 뒤 육전과 막걸리를 사서 들어왔다. 다른건 몰라도 이 남원 막걸리는 정말 맛있다. 편의점에서 이런걸 팔다니 전주 사람들 술꾼이 아니될수가 없다. 야구 한일전을 하는 날이라 육전과 막걸리를 준비했는데 고우석의 탭댄스에 취해버렸다. 엘지팬으로서 정말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