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놀러 온 대학원 동기 형이 소개해준 서귀포에서 옷장사를 하는 분께서 점심을 사겠다며 차를 몰고 강정동으로 달리셨다. 본인이 서귀포에 와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이라며 좀 멀지만 맛은 확실하다고 호언장담을 하셨다. 가게에 도착해보니 세월의 흔적 정도가 아니라 역사에 이제 오르내릴 것 같은 분위기의 식당에 도착했다. 가게 바로 옆에서 할머니들이 생선을 길에서 파는 모습까지 더해지니 잘 알지도 못하던 시기의 향수가 전해진다.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 하나 잘 지나지 않는 한적한 동네에 전국구로 소문이 난 '몰질 식육식당'이다
이름도 제주 방언을 그래도 써서 유니코드 몇 번인지도 모르겠는 몰질식육식당.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와 백종원에게서 극찬을 받았다는 점만으로 방문할 가치가 충분한 가게다. 복어 요리가 전문인 것 같지만 보면 모두들 짬뽕을 먹고 있다. 짬뽕밥 하나 주문하고 여기저기 둘러보니 정말 오래된 집이란 게 느껴진다. 백종원이 아니었더라도 이 세월을 견디고 한 자리에 있었다면 맛은 보증이 될 것 같다.
짬뽕밥 등판. 사람이 좀 많아서 그런지 음식 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15분은 족히 기다린 것 같다.
우선 국물을 한 모금 먹어보니 해안가에서 파는 짬뽕이라 시원한 맛이 강할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고기의 기름진 맛이 부드럽게 풀어져 있어 매콤한 고기국수를 먹는 기분이다. 속에 건더기는 왜 이리도 많은지 밥 없이 건더기만 먹어도 배가 다 찰 것 같다. 맵긴 한데 자극적이진 않아서 어제 먹은 술이 아주 부드럽게 해장된다. 땀으로 알코올이 나오는지 먹을수록 정신이 들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국물만 먹으면 속 버리는데 건더기가 맛있고 많아 속도 든든하다.
등산객도 있고 커플도 있지만 어부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체력적으로 힘든 직업인데 여기서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 같다. 그 정도로 맛 좋고 양이 충분한 한 끼다.
며칠 뒤 다시 방문했다. 이번에는 밥이 아니라 면을 주문했다. 면은 특별할 게 없어 개인적으로는 짬뽕밥이 훨씬 더 괜찮다. 그럼에도 짬뽕국물이 워낙 좋아 면에 밴 국물 맛으로 넘기니 후루룩 금세 넘어간다. 단무지를 계속 먹어주면서 느끼함을 계속 개운하게 만들어 주니 어느새 한 그릇 뚝딱 없어졌다. 제주에서 서울로 올라가서 성공할 집을 하나 더 찾은 것 같다. 뭐 그전에 이미 백종원이 전국구로 도장을 찍어줬으니 나 따위의 평가는 사실 무의미하다.
짬뽕 맛만 봐서는 복어도 한 번 먹어보고 싶은데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