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장의 마지막 날. 포스팅한 것을 보니 스페인 와서 묵은 호텔에 대해 언급을 한 번도 안했다. 도심에서는 굉장히 멀지만 출장가야하는 곳에서 가까운 호텔이다. 안좋은 점이라면 새로지은 호텔이라 조금 어수선하고 택시기사들도 몰라서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잠만 자기에는 별 불편함이 없었으나 주위에 마트가 없고 마드리드 중심에서 떨어져 있어 관광객에게는 추천할만한 호텔은 아니다.
호텔 주인이 자동차 매니아인지 로비에 덩그러니 차가 있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큰 여행가방들고 처음으로 낮 시간에 돌아다녀봤다. 밤에만 갔던 곳을 낮시간에 돌아다니니 보이지 않았던 시장이 열려 있고 사람들도 훨씬 많아 동네에 활기가 넘친다.
백화점이나 상가에 가 본 기억이 없어서 길 가다가 그냥 들어간 산 미구엘 시장. 역시나 들어서자마자 하몽이 보인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완벽한 스페인 기념품인 하몽이지만 딱 봐도 무거워 보이고 특히나 세관 통과가 힘들어 보여서 다행이다. (내가 안 사갈테니깐)
산 미구엘 시장 분위기는 우리나라처럼 정신없지 않고 굉장히 정돈되고 조용한 분위기이다. 우리로 따지면 시장보다는 마트의 느낌이 더 강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곳에 오는 손님의 대다수가 관광객이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중국인 단체와 유럽어딘가의 그룹 등등 깃발을 들고 시장을 이리저리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다행이야 무거워서. 안그랬음 샀겠지.
지나가다 샹그리아 메뉴판을 발견. 생각해보니 스페인하면 떠오르는 음료인 샹그리아를 먹지 못했다. 목도 마르고 하여 샹그리아 주문.
어제 레스토랑에서 마셨던 시드라. 사과로만 만드는 줄 알았는데 포도, 레몬, 딸기 맛이 있다. 사과와 섞는건지 아닌지는 몰랐지만 먹어보고는 싶었다.
샹그리아 제조중. 종업원이 웃음에 인색한 사람이라 앉아서 먹기 뻘줌했다.
오른쪽이 내가 시킨 스파클링 와인을 넣은 샹그리아. 입가심거리로 올리브만 덩그러니 준다. 맛은 말 할 필요도 없이 맛있는데 양이 좀 적다. 작은 주스 하나 마신 느낌이다.
목을 조금 축이고 밖으로 나와서 낮 시간의 마드리드를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알데무라 성당으로 가는 길에 시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정부 건물로 보이는 곳 앞에서 뭐라뭐라 외치고 부부젤라를 불어대더니 또 어디론가 행진한다. 경찰도 멀리 떨어져서 행진 할 수 있게 도로를 확보해주는 매우 평화적인 시위였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재미없는 데모였는데 동참하는 사람들이 한 150명 정도되는 듯 싶었고 대부분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 위주였다. 이 동네도 일국의 수도답게 조용할 날이 없는 것 같다.
제페토.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 할아버지 이름을 딴 가게. 속에는 온통 나무로만 만든 장난감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