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항으로 가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 곳을 보고 갈 정도의 시간이 되서 현재 서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알무데나 대성당과 궁전을 들리기로 했다. 가는 길에 위치하기도 했고 역사적으로 가장 이슬람과 카톨릭이 자주 싸움을 한 나라 중 하나인 스페인의 대주교구와 궁전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알무데나 성당과 궁전은 바로 옆에 붙어있다.
우선 도착한 곳은 실제 이름은 "Catedral de Santa María la Real de la Almudena de Madrid"으로 엄청나게 깉 알무데나 대성당이다. 성당을 짓자고 말한게 16세기고 실제 삽뜬건 19세기고 완성은 1993년에 완공되었다는 정말 느긋하게 지은 성당이다. 성당을 지은 위치가 이전 무슬림 건물이 있던 곳이어서 그 터도 현재는 보존하고 있다. 이슬람과 카톨릭이 계속 번갈아 가며 지배했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같은 유일신에 비슷한 구약성서를 믿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치열하게 싸웠던 것을 보면 종교를 빙자하여 정치, 경제에서 우위를 점하고 싶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현재도 유지되고 있으니 종교를 문제시 삼기 전에 정치, 경제적으로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을 그만 하면 좋겠다.
무슬림 사원이 있었던 터이다.
성당에 들어가는 것은 무료이지만 헌금을 내는 곳이 바로 입구 앞에 있어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주의할 점이라면 큰 짐(배낭포함)들을 맡겨야 한다는 점이다. 앞에 적혀 있지만 전부 스페인어라서 뭔지 모르고 멀뚱멀뚱 지나가다 성당 관리하시는 아주머니들에게 제지 당했는데 우리를 보고는 동양에서 온 까막눈 관광객인 것을 확인하시고 특별히 "천천히 스페인어로" 알려주신다. 그 모습을 보는데 우리나라 아줌마과 오버랩 되어서 속으로 웃느라 혼났다.
정문이 아니라 건물 옆에 출입문이 있다.
미사시간은 아닌 것 같으니 입장.
성당 안에는 찬송가가 울려퍼지고 조명을 잘 써서 매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처음 들어가 본 대성당은 커다란 공동묘지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때까지만 해도 1층이라고 생각한 공간이 1층이 아니라 지하였다. 지하는 여기 귀족과 성직자들의 무덤이 안치되어 있어서 공동묘지처럼 보인 것이다. 결국 핵심적인 곳은 못보고 그냥 왔다는 소리. 특히 이 성당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품이 알무데나 성모상인데 성모상은 구경도 못한 채 돌아오고 말았따. 아직 초보 비즈니스 여행객이라 준비가 여간 허술한게 아니다. (허술보다는 초보라서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다는게 맞는 말인듯)
만들 때부터 계산했겠지만 햇빛이 정말 아름답게 비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여기서 미사드리는 것도 장관일 것 같다.
성인들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그냥 추측하기에는 스페인 왕가의 왕과 왕비인 것 같다.
성당 안을 돌아다니며 신기하게 느낀 것은 양 쪽에 있는 길바닥에 묘비들이 있다는 점이다. 일부러 밟지 않고 지나갔는데 이걸 만든 사람들은 왜 사람들이 묘지를 밟을 수 있게 바닥에 모셨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대성당에 묻히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궁금하다. 심지어 이렇게 누구나 밟을 수 있게 만든 묘지의 주인이 죄인인지 귀족인지조차 가늠이 안 될 정도다. 그래도 최소 귀족이니 이런 대성당에 묻혔겠지.
만들자고 말만 많았지 실제 지어진 것은 얼마되지 않은 성당이라 벽화나 조각들이 상당히 선명하다.
요한 바오로 2세.
어떤 곳은 고풍스런 느낌이고 어떤 곳은 굉장히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들어져 있다. 오랜시간 지은 성당이라서 그 모든 것이 혼합되어 있는 곳이라 어떻게 보면 이질적이기까지 하다.
시간이 다되서 밖으로 나왔다. 윗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결국 못가고 나왔다. 한국에 와서 그 윗층이 메인이고 거기에 이 성당에서 꼭 봐야하는 미술품이 있었다는 글을 읽고나서 어이가 없었다. 미국까지 가서 메이저 리그 경기는 못보고 싱글 A만 실컷 보다가 온 느낌이다.
반대쪽으로 오면 알무데나 대성당의 파사드를 볼 수 있다. 파사드 위에는 천사가 악마인지 사람인지 구분 안되는 것을 죽이고 있다. 꽤 잔인한 조각이었는데 이런 조각이 여러 개 있으니 성당이 조금 살벌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