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블로그라면 스페인 왕궁으로만 엄청난 포스팅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는 출장 전문 여행객에게 그런 사치는 없다. 물론 이 말은 개뻥. 그냥 준비 안하고 왔다가 호되게 당하는 중이다. 그래도 사진이라도 찍었으니 다행이다. 재밌는 것은 우리만 밖에서 사진찍고 돌아서는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사진만 찍는다. 내부 출입에 입장료를 받다보니 성 안은 한산하고 철장 밖에만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다들 돈 낸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저 창살 사이에 카메라 렌즈를 둬서 마치 궁전에 실제 온 것처럼 찍는데 전 세계 어디를 가나 짠돌이들은 다 있나보다.
마치 왕궁 옆에서 찍은 듯한 결과물.
멀리서 봤지만 겉만 봐서는 1755년에 완공된 건물치고는 상당히 최근 것 같았다. 그래도 실내는 별로인지 스페인 왕가는 여기서 살지 않는다고 한다. 건물의 노후화를 떠나서 이렇게 사람들이 바글바글대는 곳에서 산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파파라치만 해도 짜증날텐데 수 천명의 관광객이 내 집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궁전 앞에 조그만 광장이 있는데 거지도 많고 행위예술하는 사람들도 많아 북적북적거린다. 말이 좋아 행위예술이지 코스프레하고 사람들과 같이 사진 찍는데 5천원이나 만원 정도 받아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예술이라기 보다 호객이 더 맞는 표현샅다. 여러 캐릭터들이 있었는데 대체로 그 퀄리티가 떨어진다. 특히 배트맨 슈퍼맨의 퀄리티는 너무 떨어졌고 (맥주를 너무 마신 배트맨과 슈퍼맨) 그 외의 캐릭터들도 눈길을 끄는 것은 없었다. 일본과 한국의 코스프레를 보고 좀 배워야지 어디 이정도로 돈을 벌려고 하다니.
가장 인기가 좋았던 은하철도 999 차장.
누구도 같이 사진을 찍어주지 않는 외로운 투우사.
공원에서 좀 더 여유롭게 있으려고 했지만 이렇게 막혀서 3시간 전에 공항으로 출발했다. 한 번 비행기 놓쳤더니 다른 건 몰라도 공항만큼은 일찍가는 착한 직장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 여파로 포스팅을 해도 쓸 말이 없어 글이 짧고 건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