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들어서 첫 여행을 오고 소주를 거하게 했더니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칼칼하다. 시간이 있을 때 서울에서라면 북엇국이나 콩나물 해장국을 즐겨 먹는 편인데 여긴 강원도이고 하니 여기서 유명한 음식으로 해장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물회'. 예전에 제주도에서 아침에 물회를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속이 개운해지면서 술 마시면서 날아간 수분이 전부 보충되는 좋은 느낌을 받았었다. 술 마시면서 불현듯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르더니 술보다는 다음날 해장으로 물회를 먹는게 더 기다려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겼다. 그렇게 간단히 술을 마시고 약간 안좋은 컨디션으로 해장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으로 아침에 일어나서 어디에서 먹어볼까 검색해보니 전부 '묵호물회'만 결과로 나온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도 않아서 아침 산책겸으로 출발했다.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아 왔는데 본점이다. 이 때가 오전 11시쯤이었는데 이 시간에도 동해시는 조용하다.
가게 벽면에 '맛집'이라고 적은 집도 처음본다.
가격을 미리 보고 왔지만 두 눈으로 정확히 확인하니 정말 감동이다. 물회가 '6000원'이다. 게다가 막회도 아니고 가자미회라고 쓰여있다. 일반적으로 서울에서 현재 1만2천원에 물회를 팔고 있고 좀 이름있다하는 일식집이라면 2만원이 넘는다. (심지어 5만원 가까이하는 집도 있다.) 회가 서울처럼 튼실히 안나오고 매콤한 야채 국물로 나온다고 해도 일단 가격이 싸니깐 괜찮다. 너무 싼 가격이 의심스러워 해장용으로 대구탕을 시켜서 결국 주문은 '물회 1, 대구탕 1, 빈대떡 1'가 되었다.
물회, 주문하고 약 5-10분정도 걸린다. 생각보다 꽤 오래 걸린다.
대구탕
빈대떡
물회를 한 입 딱 먹자마자 실수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물회만 두 개를 시켰어야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진짜 '물 반 회 반'이었고 먹어보면 확실히 '야채 반 회 반'이다. 그리고 우리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데 이 집 물회는 맵다기보다는 매콤한 맛이다. 대구탕도 살이 차오른 것이 괜찮았지만 물회의 임팩트가 너무 강하다. 빈대떡이고 대구탕이고 전혀 생각이 안나고 물회만 바라보게 된다. 차라리 대구탕말고 회덮밥을 시킬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그만큼 회가 많고 국물맛이 부담이 없어 시원하게 넘어간다.
그냥 한 번 다녀온 여행 카테고리에 넣으려다가 먹는 순간 여긴 최고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드는 맛이다.
대구탕도 괜찮았는데 주연배우가 너무 압도적이다.
빈대떡은 엑스트라가 되어버렸다.
내 생각에 6천원에 이렇게 재료가 풍성한 음식을 먹은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워낙에 물가가 비싸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좀 싸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데 지방에는 아직 묵호물회처럼 싸고 괜찮은 집이 아직 많아서 부럽기도 하다. 가격을 두 배나 세 배로 올려도 계속 찾아가 먹을 것 같은데 이렇게 좋은 가격에 팔아주시니 돈 내는 내가 다 감사하다.
대로변에 있지 않고 골목길에 있다. 주택가 한 복판에 있기 때문에 찾아가기 힘들지만 찾아가서 먹을만한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