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쓰진 않았지만 혼자 여행을 하면서는 동네에서 가장 싼 방을 찾아 다니고 있다. 러시아에서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아테네에 오고나니 값은 더 비싼데 방은 별로인(대신 혼자 쓰는 장점은 있다) 곳이 많다. 그래도 잠은 자야하니 급하게 하나 구했는데 방은 그렇다쳐도 동네가 너무 위험하다.
아테네에 온게 어떤 계획을 가지고 온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비행기 시간에 맞춰서 온 것이기 때문에 동네의 특성이나 주의할 점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도착했다. 아테네가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보다 치안이 안좋은 것도 도착하고 나서야 알게된 것이고 현재 묵고있는 오모니아 광장 근처는 그리스의 몰락을 대표하는 우범지역 중 하나란 것도 자러 오고 나서야 알았다.
살갑기 그지없는 지중해 사람들이 왜 나를 보고 긴장을 하는지 몰랐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밤에 절대 돌아다니면 안되는 곳 중 하나라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사실 방 안에만 있으면 큰일날게 뭐 있겠냐고 생각했지만 밤 12시 지나면서 어디선가 들리는 비명소리와 싸우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거리에서 울리는 것을 듣고나니 방을 얼른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가격이 싼 방은 전부 오모니아 근처라서 요즘 유행한다는 에어비앤비까지 찾아보았는데 싸지만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방이 하나 있어서 냉큼 예약했다. 예약하고 짐을 다 들고 옮기려니 메일로 오늘 오는거냐며 자기는 내일 오는 줄 알았다고 불안감을 아주 극대화시켜준다.
'아... 돈도 다 지불했는데 뭐 어쩌란거야...'
짧은 영어로 몇 번 메일이 왔다갔다한 후 그냥 그럼 내일 내가 간다고 전한게 어제까지의 일이었다.
버스를 타고 오라고 했지만 돈도 없거니와 이제는 20km까지는 75리터 배낭을 매고 잘도 걸어다니기 때문에 그냥 걸어갔다. 나중에 아테네 여행에 대한 정리를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이 동네에서 낮에 걸어다니는 것은 최대한 안하는게 좋다. 버스 값보다 물 값이 더 나오는 진귀한 현상을 체험할 수 있다.
도착한 에어비앤비 숙소. 한국이랑은 주거환경이 조금 다른 아테네 가정집에서 생활을 잠시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들떴다. 우리는 건물과 건물사이가 공간이 좀 있지만 유럽은 그런거 없이 벽을 공유하는 수준으로 붙어있다. 그보다 더 신기한건 이게 상가건물인지 주거건물인지는 위에 빨래가 있냐 없냐 말고는 처음본 사람은 알아채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주소를 받아들었어도 이게 집인지 오피스 건물인지 몰라서 서성이고 있다가 벨을 눌러봤는데 다행히 응답이 있다.
Haris란 사람의 집인데 이메일로 답답했던 것과는 다르게 엄청나게 빠른 영어와 친절함으로 일단 합격! 지금은 고쳤는지 모르겠지만 배수가 조금 잘 안되서 샤워할 때 좀 막히지만 세제고 샴푸고 다 빌려주는데 하루에 5만원 조금 안되는 돈이다. 물론 정말 에어비앤비의 기조에 맞게 우리가 쓰는 집에 '남는방'을 빌려주는 것이라서 조금 불편할수도 있지만 가족단위로 방을 빌려도 괜찮을 것 같다. 아! 사람을 환장하게 좋아하는 강아지 두마리가 있으니 강아지 싫어하면 안가는게 좋다.
겨우겨우 가만 있는거 찍었네. 이름을 까먹었는데 난 그냥 흰둥이 깜둥이로 불렀다.
이게 평소모습
깜둥이는 얌전한데 흰둥이는 진짜 정신이 없다.
Haris네서 빌린 방. 좋다면 좋고 나쁘다면 나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도 같은 가격에 비명소리 들리는 곳에서 안자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값 한다고 본다.
정말 적응안되던 엘리베이터. 아테네에서 탄 모든 엘리베이터는 직접 문을 열고 닫는다. 방은 기억 안나도 저 미닫이 엘리베이터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정말 가정집들이 늘어서 있는 마을이다. 마음이 편한 마을에 위치했지만 시내에서는 조금 멀다.
경비
- 빨래세재 €1
- 점심 €3.3
- 구디스 햄버거 셋트 €5.7
총 경비 €10.0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47,999RUB + $639.96 + €54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