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누워 있었는데 리조트 옆 공터가 강남역 NB클럽을 옮겨놓은 것처럼 시끌시끌하다. 슬쩍 봤더니 마을 운동회 같은 걸 하나본데 정말 왁자지껄 재밌게 놀고 있었다. 춤도 클럽 저리가라 추고 소규모 운동회라고 해야하나? 간단한 게임을 하는데 사진을 보듯이 하나하나에 다들 웃으면서 푹 빠져 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깐 맨정신에 저렇게 웃고 떠든게 언젠지 모르겠다. 항상 주위 눈치보고 이래도 되나 저래도 되나 일단 생각부터 하고 나서 움직이는게 일상이다보니 극적이지 않고 잔잔한 파도처럼 조용조용히 살고 있다. 사실 원래 내 성격은 분위기에 취해서 앞뒤 보지 생각하지 않고 스트레스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다들 그렇겠지만) 20대 중반 이후부터는 남의 눈치에 맞는 삶은 사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몇 년 전만 해도 세계를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겠다고 해군사관학교(공짜로 세계여행 한데서) 지원하고 NGO 원서를 만지작거리면서 돈보다는 가치있는 삶을 꿈꿨다. 그 때 다들 미쳤다고 그러고 그냥 좀 남들처럼 살으라는 소리를 가장 많이 들었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거의 한 달짜리니 아쉬움을 조금 달래줄 수 있다고나 할까?
저 아저씨의 신명나는 서전트 점프를 보면 살면서 뭐가 중요한지 계속 느낀다
엇 몰랐는데 찍는거 딱 걸렸네...
조금 아쉬운건 리조트 사람들이 동네 사람들을 내쫓으려고 하는 거였다. 난 일주일 있다가 가는 여행객이라 이런게 재밌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사는 사람들 입장에선 시끄러운 소음일 뿐일 수 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국적이나 소득을 생각 안하고 같이 어울리는 걸 생각했는데 역시 현실은 녹녹치 않다. 다시 느끼지만 "서로 좋은게 좋은거"는 불법적일 때 말고는 거의 볼 수가 없다.
저 개는 개 주제에 수영하고 다닌다..
여행객 놀이를 마치고 다시 수업 시작.
두 번의 기초적인 교육을 하면서 점점 깊이 내려갔다. 출발하기 전에 버디의 컨디션 여하에 따라서 더 내려갈지 결정하기로 했다. 깊이 내려가면 내려갈 수록 수압이 높아져 마스크에 압력이 굉장히 강해지고 귀에도 압력이 강해져서 equalizing을 계속 해줘야 한다. (한국말로 뭐라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다들 이퀄라이징이라 한다.)
초보일 경우 이걸 제대로 못해서 귀가 아프다던가 마스크의 압력을 빼려다가 마스크를 벗어서 패닉에 빠지던가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어떠한 상황이 되든 입에 물은 호흡기 (regulator, 이것도 그냥 레귤레이터라 부른다. 정확히 입에 문 것은 마우스피스겠지만...) 에만 신경을 써서 천천히 호흡을 들이쉬었다가 내쉬는 것을 반복하면 주위서 데리고 나가던지 다시 정상으로 만들던지 해줄 것이다.
스쿠버 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천천히, 패닉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다행히 내 버디의 컨디션이 좋아서 12미터까지만 가기로 했던 계획에서 18미터까지 내려가서 다이빙을 하였다.
아쉬운 점을 하나 들자면 너무 많은 다이버들이 다녀가서인지 산호의 석화가 진행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자연 그대로를 보고 싶은 욕망이 만든 자연 파괴이다보니 (또 나도 거기에 한 몫 하고 있다보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사막처럼 죽은 산호들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