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산 로드 근처에 오는 버스서 내리기는 했지만 솔직히 내린 곳이 어딘지는 전혀 모르겠다. 그럴 땐 무작정 걷는게 최고. 그리고 이 선택이 정말 최악이었다는건 1시간 반동안 헤맨 후에 알았다.
카오산 로드
한국식으로 발음하자면 '타논 까오잔'이 비슷한 발음인 것 같다. 카오산으로 발음해서는 사람들이 못알아 듣는다. 카오산 로드의 숙박시설은 가격이 비싸면서 숙소가 좋지 않다는 평이 많았다. 게다가 자주 광란의 밤이 되므로 시끄러워서 못 잘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정보를 제공해 준 지혜가 추천해 준 곳이 바로 옆 길인 소이 람부뜨리(Soi Rambuttri)다. 그 중에서도 옥상에 풀장이 있는 람부뜨리 빌리지를 태국 가기 전 날 까지 정말 끝도 없이 추천했다.
- 참고 사항 : 카오산 로드는 Thanon Kaosan 람부뜨리는 Soi Rambuttri다.
Thanon은 메인 도로 미국으로 치면 street로 생각하면 되는 것 같다. 그 Thanon에서 뻗어나온 길들을 Soi라고 부른다. 우리로 따지면 큰 골목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빨간 Thanon (주 도로)에 노란 Soi (골목)가 뻗어나옴.
50리터 가방과 책가방을 앞 뒤로 매고 1시간 반을 헤매서 완전 탈진 상태가 되었을 때 숙소를 찾았다. 가격은 하루에 650바트 (약 23000원). 그것도 당일에 곧바로 방을 구해서 이 가격이지 미리 agoda.com이나 익스피디아 를 이용하면 더 싸게 구할 수도 있다. 람부뜨리 빌리지는 할인 안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잘 나가니까?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앱으로 둘 다 있으니 방 구할 때는 꼭 사용하는 편이 좋다. (agoda는 특히나 동남아쪽 숙소가 잘 되어 있다.)
- 참고 사항 : 거의 모든 숙소에서 무선 인터넷(Wifi)는 유료다.
숙소마다 다르지만 하루에 약 200바트 정도 한다. 람부뜨리 빌리지는 까먹었다. 그리고 1000바트는 손님이 튀거나 기물을 부수는 것을 대비해 보험용으로 받는다. 이건 체크아웃 때 돌려준다. deposit이라 함.
짜잔~ 호텔은 아니지만 완전 괜찮다.
그리고 기절.
서울이라면 그 다음날까지 잤겠지만 이상하게도 5시정도가 되니 눈이 떠졌다. 급할 것도 없는데 새로운 동네 왔다고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도 신났나보다. 금방 회복이 되었다. 잠도 달게 잤더니 배가 고파왔다. 아직 해도 중천인 것 같고 뭐 먹을거 없나 주섬주섬 나갔다. 람부뜨리 빌리지 알려준 지혜가 주입식 교육 시킨 또 한 가지가
"꼭 길거리 음식 먹어요. 길에서 파는게 제일 맛있어요. 파타야랑 과일 킹왕짱임."
이라고 문자에 카톡에 엑셀파일에 까지 써놔서 파타야를 먹기로 했다. 가장 근처서 파는 파타야를 먹으려고 주문했는데... 아저씨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아저씨가 뭐라뭐라 하는데
"뭐 드릴깝쇼~"
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자신있게
"원 쉬림프!!"
라고 외치고 돈 주니깐 테이블을 가리킨다. 뭔가 태국와서 처음으로 성공한 듯한 짜릿한 기분에 낄낄낄 거리며 혼자 좋아하고 있었다.
보이는가 저 어마어마한 포스가
이건 기호에 맞게 알아서 가져가는 건데 난 라임이 좋아서 라임만 가져왔다.
이게 2000원정도 서울서 만원정도 하겠지?
진짜 냄새도 괜찮고 한 입 먹어봤는데 소스도 쎄지 않고 딱 좋아서 미친듯이 퍼먹었다. 물론 길에서 파는 음식이라 파리들이(파리'들') 윙윙 날라다니고 음식에 앉았다 섰다 아주 난리 부르스를 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실제로 그런 비위생때문에 먹다가 마는 사람들이 꽤 많다. 저 위에 사진들도 휘휘~ 손으로 파리 내쫓고 찍은 것이니 드실 분은 생각 해보고 드시길. 하지만 못 먹을 정도로 더럽지는 않다. 파리도 떼로 다니는게 아니고 한 네 다섯 마리 정도다. 우리나라 주방은 가려져서 그렇지 비슷할 거라고 생각된다.
밥 한 번 거하게 혼자 먹고 다시 숙소 근처로 돌아왔다. 잠도 자서 피로도는 괜찮은데 혼자다 보니 뭔가 좀 심심하다. 이럴 때는 딱 술 먹으면서 수다 떨고 하루를 정리해야하는데 영어는 짧아서 하루를 정리하는게 아니라 인생을 정리하고 싶어질 것 같았다. 어찌할까 고민하면서 숙소 앞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있었다.
어디서 읽은 책에 카오산에서 혼자 담배피거나 맥주 마시다 보면 외국 사람들이 그냥 툭툭 말건다고 하는데 실제로 프랑스 남자애가 불 빌려달라면서 말걸어왔다. 둘다 영어가 짧아서 미국 유치원 애들이나 할 말을 했지만 내용은 만족한다. 서로 이야기 한 내용은
"어디서 왔냐?"
"언제 돌아가냐?"
"니네동네 여행하기 좋냐?"
"집에 가기 싫다.."
마지막 집에 가기 싫다는 말에는 둘 다 담배를 뿜으며
"I really don't go home..."
이라며 서로 한숨쉬고 행운을 빌어주고 헤어졌다. 뭔가 자유로운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양키랑 말하고 나니(정확히는 프렌치) 더욱 더 맥주 한 잔 + 수다가 그리워졌다. 같이 놀 한국사람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