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에 앉아서 한국사람처럼 생긴 아시아인들의 뒤를 캐며 그들의 입에서 어떤 언어가 나오는지 한참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부다 영어. 또 영어. 아니 왜 동양인들은 전부다 영어만 쓰는거지? 영어가 주언어인 나라도 별로 없으면서!!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다가 바로 옆에서 한국어가 들렸다. 정말 너무도 기쁜 마음에 인사고 뭐고 없이
"한국 분이세요?"
라고 물어버렸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말하고 있었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방콕에서 만난 사람들이고 다른 멤버가 7명 정도 더 있다고 한다. 이게 웬떡이냐. 여기서 서로 만났으니 내가 껴도 별로 어색하지 않겠지? 라는 생각에 어디 가시냐고 물었다.
"밥먹고 맥주나 한 잔 마시려고요"
할렐루야. 그 동안 무심했던 신이 이렇게 나를 돕는구나. 거 좀 미리미리 좀 도와주지. 밥은 이미 먹어서 나는 타이 마사지 받고 장소를 알려주면 글루 이동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맥주 한 잔은 새벽 네 시까지 쉼없이 달리는 한국 스타일의 회식이 되어 버렸다. 너무 오래 지나 이름은 기억 나지 않지만 (이 포스트가 여행 다녀온 뒤 11개월 지나서 쓰는 것이라...) 특징만 읊어보면...
KOICA직원으로 태국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현수씨 (페북 친구라 다행히 이름을 알고 있음), 인천에 있는 초등학교서 근무 하는 조용조용했던 교사 한 명, 시드니에서 온 호탕함이 가득한 직장인 형, 휴학하고 인도와 히말라야를 가기 전에 잠깐 방콕에 들른 서로 친한 친구인 남자 대학생 두 명, 수원에서 온 안 시스터즈 두 명(하지만 서로 안 닮아서 아직도 기억남), 씩씩함을 넘어서 방콕을 접수할 것 같은 건축 전공자 주희
이게 다 인지는 사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 모르겠다. 이제 공개되는 진실.. 이 멤버들과 무엇을 하였냐 하면!! 카오산 어느 술집에서 젤 긴 좌석을 점령하고 한 시간 정도의 탐색전을 거친 뒤 술게임을 했다. 그.. 대학 MT나 미팅 나가서 하는 베스킨 라빈스라든지 눈치 게임이라든지 이런거를 정말 맥주 먹고 취할 정도로 했다. 취기가 오르면서 점점 소리는 커져가고 주위에 있던 외국인들은 우리가 신기한지 사진을 찍어가고 난리도 아니었다. 정말 한국인의 건전한 술문화를 태국 타지에서 몸소 보여주고 온 것 같다.
이 글을 빌어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 후에는 갈 사람들은 가고 난 후에 정예 멤버들 (이라고는 썼지만 1-2명만 숙소에 갔다)은 클럽에 갔다. 분명 내 기억에는 나이 순으로 체력이 바닥나서 룸에서 쉬기 시작했던... 후후. 한국에선 만취여야 가능하다는 양주에 룸까지 잡았는데 엔빵한 가격은 생각보다 저렴했다. 물론 정확한 가격은 기억 안난다. 하지만 1인 5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나오면 너도나도 말춤추고 양키고 흑인이고 미친듯이 흔들었다.
여기 클럽의 단점이라면 양키들이 많아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을 수도 있다는 것. 왠 양키랑 노는데 걔 친구들이 오더니 밀치고서 욕을 하더라. 토익 리스닝은 안되도 욕은 다 들린다. 네덜란드 애들이었는데 짜증이 확 나서 들어왔다. 네덜란드가 좀 그런게 심한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들으면 갑자기 없던 애국심이 갑자기 발산되며 병을 머리에 깨서 싸움 벌이기 딱 좋은 감정이 된다. 양키들이 이 글을 보진 않겠지만 조심하길 바란다. 특히 중국이랑 필리핀에서 그랬다간 맥주병으로 한 대 맞는게 아니라 정말 그냥 맞아 죽는다...
그 외에는 우리나라 클럽에서는 도저히 보기 힘든 다리찢기 춤등을 구사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태국 여자 애들이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는 남자들도 있고. 아 이건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이 아니라 같은점이네. 단지 섹스만하는게 아니라 죽을 수도 있다는거? 이 부분이 조금 다를려나.
여하튼 이렇게 새벽 4시까지 놀고 거하게 취하신 형님의 말라리아 특강 (인도를 가면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다 말라리아 특강으로 변질됨) 을 들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근데 내일 여행은 어쩌지...
여행 도중에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카톡 아이디를 테스트하다가 삭제하는 바람에 저 사람들 연락처도 다 날려버렸다. 과연 이 포스트만으로 저 사람들이랑 다시 연락이 되서 사진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희망사항. 혹시라도 이 글 보면 연락 줘요. 뭔가 사막에 이름 쓰는 기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