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트래킹 간다고 들떠서 옷은 하나도 안챙겨간 것을 정말 말그대로 뼈저리게 후회한 밤이었다. 태국의 뜨거운 심장을 가진 청년의 긴 태국 이야기를 듣고 내 침대로 왔는데 와... 춥다. 그래봐야 우리나라 가을 정도의 날씨지만 술까지 마시니 정말 추워서 자동으로 새우가 되었다. 못해도 바람막이라도 가져왔으면 이러지 않을텐데 반팔에 반바지 입고는 너무너무 춥다. 다음에 이걸 또 할지 안할지 모르겠지만 치앙마이 트래킹 갈 때는 산 위건 산 아래건 꼭 긴 팔 옷을 준비해야겠다.
이 글보고 치앙마이 트래킹할 사람은 긴팔에 긴바지는 필히 챙겨가는 편이 좋다.
그리고 속옷대신 수영복을 입고 가는 것을 추천을 넘어 필수라고 말하고 싶다.
바르샤 아저씨의 대나무 호텔을 날려버릴 코골이에 정말 못자다가 겨우 잠들었다. 그런데 얼마 시간이 지난 것 같지도 않은데 닭 두마리가 호텔 아래서 미친듯이 싸우는 바람에 거의 모든 인원이 다 깼다. 역시나 이번에도 각 나라의 욕을 가감없이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독일 욕이 가장 인상 깊었음. 뭔가 히틀러 생각나면서 오싹함) 다들 부시시한 상태에서 스위스 애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묻는다.
"어제 잘 잤어?"
"엉 잘 잤어"
그랬더니 깜짝 놀라면서
"진짜? 난 계속 자다 깨다 반복했어. 코 골고 닭 울고 개들이 싸우고 잠을 못잤어"
란다.. 그제서야
"사실 나도 추워서 조금 잤어"
라고 실토했다.
한국인의 문제점 누가 '잘 지냈어?' 라고 말하면 자동 반사적으로 'fine'이 나온다. 진짜 영어 선생들은 반성에 반성을 해야한다. 밖에 나오니 이미 우리 호텔 담당인 태국인들이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제만 해도 마리화나 하느라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하더니 오늘은 엄청 수줍게 "하이"라고 인사를 해준다. 술 먹은데다 잠도 제대로 못자서 멍~ 한 상태에서 아침먹고 쉬고 하산! 어제 온 것만큼 내려 가야한다는 생각에 다들 "택시"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가을처럼 하늘이 정말 맑다.
여전히 우리 훈남은 사색에 빠져 혼자 걷는다.. 근데 사진찍을 때는 좀 빨리 가주지...
쉬는 포인트 중에 한 곳인 폭포. 여기서 서양인과 동양인의 문화적 충돌이 벌어지는데...
훌러덩 입수!!
우리팀은 나랑 오스트리아 빼고 입수하다가 나도 끌려 들어가서 입수. 치앙마이 트래킹에 기본 복장이 수영복인지 여자들은 다들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아니면 론리 플래닛이나 이런데 쓰여있나? 여튼 이 사진 말고도 나의 해골같은 몸뚱아리 샷과 외국 여자애들의 집단 폭포 냉찜질 샷도 있지만 이게 가장 무난하여 이것만 포스팅. 뒤늦게 도착한 팀 애들도 우리따라서 뛰어들었는데 역시나 한국분들은 나무 밑에서 구경만 하신다.
나도 들어 갈 생각은 없었는데 챔피언 (러시아 남자가 맥주를 압도적으로 가장 많이 마셔서 별명이 챔피언이 되었다.) 이 "컴온!!!" 이라고 하도 소리를 질러대서 들어갔다. 사실 나도 끌려 들어가서 그렇지 갑자기 여자고 남자고 애들이 훌렁훌렁 벗기 시작하면서 (물론 수영복 입고)뛰어드니까 완전 깜짝 놀랬다. 우리에겐 이런건 너무 자극적이다. (하지만 클럽서는 아니라는게 반전)
내려가는 길은 올라갈 때보다 힘들지는 않지만 자칫하면 발목을 다칠 수 있어서 조심하는 것이 좋다. 산을 다 내려오면 계곡이 나오는데 거기서부터는 레프팅으로 시작해서 밤부 레프팅(그냥 물에 둥둥 떠가는 뗏목)으로 도착한다. 레프팅은 4또는 6인으로 만들어주는데 다들 친구고 커플이고해서 남은 떨거지들을 모아 만든게 우리팀이다. 일명 월드 와이드 팀 (바르샤가 이름 붙이고 혼자 계속 불러 댔음...) 나, 바르샤, 프렌치, 오스트리아 넷이 한 팀으로 내려갔다.
뭐 기본적으로 타는 법 설명하고 뭐 그런거는 한탄강에서 하는 것이랑 똑같다. 단지 영어로 한다뿐? 계곡의 속도도 한탄강이랑 비슷해서 큰 감동은 없다. 그러고보니 치앙마이 트래킹은 뭔가 종합선물세트같다. 완전히 멋진 코스나 이런건 없고 그냥 평범한 코스들을 조합해서 맛배기만 보는 느낌이다. 레프팅도 하루짜리 레프팅 코스를 가게되면 정말 길고 다이나믹한 코스를 갈 수 있다고 한다. 반나절 내내 레프팅만 한다는데 아.. 진짜 가보고 싶다.
이렇게 그냥 그런 코스를 내려오는데 바르샤가 겁나냐고 물어봐서 패들도 밀어버릴까 하다가 그냥 "노"라고만 했다. 홍수 난 뒤 동강에서 한 번 레프팅을 시켜봐야 이런 소리가 안나올텐데... 에잇 이놈의 영어!
다른 출발지에서 출발하고 만난 일본 여자 팀. 이상하게 외국나가서 일본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
그렇게 흘러 흘러가니 처음 우리가 내렸던 코끼리 타는 곳에 도착했다.
여긴 코끼리 트레이닝 센터이다. 2박3일코스는 여기서 하루를 더 머무른다. 영국 훈남이 이 코스를 하게 되서 들렸는데 코끼리들이 졸고 있고 지네 맘대로 놀고 있는게 재밌어 보였다. 여기도 나중에 오면 한 번 오고 싶은 곳이다. 코끼리랑 놀고 싶다는 애기가 있다면 여기 데려와서 놀면 딱일 것 같다.
말이 좀 더 통했으면 더 재미났겠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사실 언어보다는 마음이 좀 무거울 때 만난 것이 더 큰 벽이었던 것 같다. 지금이라면 훨씬 더 재미나게 갈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이 사진만으로도 그 때의 재미난 기억들이 생각나는 것을 보면 꽤나 재밌었던 1박을 보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