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앞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전부 고산족이었다.
치앙마이에서 꼭 봐야하는 사원을 보고 왔지만 핸드폰이 없는 불안감과 답답함 때문에 기분이 좋지는 못했다. 그런 기분으로 썽태우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같이 탄 태국 아줌마들이 날 굉장히 신기하게 봤다.
이후에는 당연히 나오는 전 세계적인 질문
"Where are you from?
그런데 한 아주머니가 "코리~~ 코리 코리~"(태국에선 한국을 코리라고 부른다) 를 계속 이야기 하시며 유창한 영어로 자기 아들이 코리를 좋아해서 가수들 사진도 벽에 붙여놓고 맨날 코리 노래 부르고 논다고 하시며 먹을 것도 주시고 친근하게 대해주셨다.
동남아 지역에서 한류가 대단하다고 듣기는 했지만 그 혜택을 내가 받아서 이렇게 과일을 얻어먹을 줄은 몰랐다. 보이그룹과 걸그룹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올립니다.
"도이수텝보고 어디로 가는 중이에요?"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는데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잘 찾아갈지 모르겠네요"
물론 이 문장을 세 개의 문장으로 나눠서 전달했다. 그리고 이 얘기를 하자마자 썽태우 안이 난리가 났다. 나랑 이야기 하던 아줌마 옆에 계시던 분은 정말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어떡하냐고 하신다. 그러던 중 자기들은 내려야 하는데 어떻하냐며 옆에 있던 여자들에게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셨다. (정확히는 태국어라 모르겠지만 뭐 느낌상 맞을거다) 다행스럽게도 그 두 명이 같은 방향으로 가는지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면서
"이 분들이 숙소까지 데려다 줄거에요"
라고 말하시곤 휙 내려 버리셨다. 그렇게 셋만 남겨졌고 아무말도 없는 눈치보는 시간이 펼쳐졌다. 그렇게 한 십 분을 타고 가다가 갑자기 또 다시 세계적인 질문 "Where are you from?" 이 나왔다. 둘이 내기를 했는데 한 명은 한국, 한 명은 중국이라고 내기를 했다고 설명해준다.
한국인을 맞춘 작고 마른 여자는 "께 Kae" 중국인이라고 한 중국인처럼 생긴 뚱뚱한 여자는 "꿍 Kung"이다.
방콕이 원래 집인데 치앙마이로 놀러왔다고 한다. 우리로 따지면 서울 사람이 부산 놀러온 것 같은 느낌인가 싶어 이야기를 했더니 내가 치앙마이에서 본 태국인 중 대부분이 관광객일 거라고 해서 놀랐다.
숙소 근처까지 바래다 준게 너무 고마워서 맥주살테니 마시자고 했더니 일단 배고프니 밥 먹으러 가자고 한다. 그러고는 시장 길거리에 있는 가게에 가서 밥을 먹었는데 굉장히 맛있다. 배가 고파서 일 수도 있겠지만 현지인들이 찾아 가는 곳이라 더 맛있게 느꼈다. 대접도 잘 받고 하여 제대로 사야 할 것 같아 시끄럽지 않고 분위기 있는 곳으로 갔다.
The riverside 근처인데 구글 지도에도 나오지 않고 정보를 알려주기가 쉽지 않다.
가격은 치앙마이 물가에 비하면 굉장히 고급스럽고 비싼 곳이지만 동남아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맛있게 먹을 정도로 꽤나 음식이 괜찮았다. 맛있는 음식에 맛있는 태국 맥주를 엄청나게 마셔댔다. 그러면서 태국이랑 한국에 대해 말도 안되는 영어로 대화를 했는데 무려 5000cc를 두 명이 다 나눠먹을 정도로 이야기를 했다. 대화를 하면서 기억한 단어는 딱 하나였는데. 바로 '마오', 한국어로 만취다.
내일 같이 주변 돌아보자고 해놓고 일어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