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을 달렸는지 모르겠지만 방콕에 도착하니 새벽 5시다. 새벽 5시에 방콕 버스터미널에서 택시 잡는건 말도 안되게 어렵고 미터기를 끄고 달려도 태워만 준 것에 고마울 따름이다. 도착하고 300바트를 달라는데 정말이지 짜증이 나면서도 행복한 복잡미묘한 기분이었다. 바가지란 바가지는 다 쓰고 도착한 람부뜨리에는 당연히도 방이 하나도 없었다. 6군데를 50리터짜리 배낭과 일반 배낭을 앞 뒤로 메고 다니다 보니 그냥 길에서 자는 것까지 생각했다.
그러다 기적적으로 에라완 하우스에 방이 딱 하나 남아서 방을 구했다. 750바트 방이었는데 내가 묵은 방 중에 가장 비쌌지만 시설도 그냥저냥 그렇고 기분도 그냥저냥 그랬다. 하루 자는데 1000바트를 썼다. 한국 돈으로 약 4만원인데 겨우 이 돈에 기분이 언짢아지는걸 보니 태국에 적응 다 했나보다. 심지어 여긴 사진 한 장 안찍었다. 2시쯤 일어나서 오늘은 공쳤다고 생각하고 카오산 로드나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3일이나 갔더니 이제 그냥 그렇다. 카오산 게스트하우스들도 들은바에 따르면 전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진짜 히피들과 배낭여행족들의 근거지가 되었지만 지금은 편의시설을 구비하면서 2-3만원짜리 방이 되었다. 뭐 사실 내 기준에서는 이것도 엄청나게 싼 가격이지만 문화재가 없어지는 그런 기분이랄까. 히피마냥 배낭 여행하기도 점점 어려워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