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처음으로 와 본 유럽 땅에서 이리저리 정신없이 기차역을 찾고나니 기차는 아주 넉넉하게 1시간 반을 기다려야한다. 기왕 이렇게 된거 느긋하게 주위라도 둘러보면서 긴장한 것도 좀 가라앉힐겸 역 근처를 둘러보기로했다.
비오는 일요일 초저녁을 감안해도 사람을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로 거리가 썰렁하다.
거리에 사람은 없지만 동양인인 내 눈에 정말 멋진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다. 멀리서 봤을 때, '내가 정말 유럽에 왔구나'하며 흥분되다가도 가까이서 건물을 봤을 때 벽마다 그려져있는 그래피티때문에 기분이 확 상한다. 제발 저 그래피티 좀 다 지우면 좋겠다. 아니면 정말 아티스트가 예쁘게 그리면 좋겠는데 전부 자기 이름인지 알 수 없는 글자들만 써놓았다. 건물은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아름다운데 사람의 팔이 닿을 수 있는 곳엔 어김없이 낙서가 있다.
여기가 유럽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는 주말의 썰렁함.
꼭 전쟁 난 도시마냥 문 연 가게도 없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극소수다. 문 연 가게는 둘째치더라도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거의 없다. 우리랑은 주말에 쉬는 법이 너무 다른 것 같다. 오기 전에 유럽의 경우 주말에는 가족과 집에서 보내는 것이 보통이라고 들었지만 이 정도로 썰렁할 줄은 몰랐다.
건물을 보면 창문이 다닥다닥 서로 붙어있다.
드디어 사람을 봤다!! 근데 너 혼자 여기서 뭐하니?
외로운 여행자 설정샷. 할게 없으니 서로 이런 사진 찍어주며 놀았다.
신문도 알아서 사가는 시스템.
유럽 건물들을 봤을 때 가장 신기한 부분은 우리랑 다르게 건물과 건물 사이가 틈이 없을 정도로 붙어있는 것이다. 대개 이 이유에 대해 말할 때, 적의 침입(정확히는 폭격)과 겨울 난방때문이라고 하는데 소음으로 인해 칼부림나는 동네에서 오다보니 방음이 걱정이 된다. (뭐 누구는 그냥 저게 스타일일 뿐이라고도 하지만 어쨋든)
나중에 검색해보니 Favoritenstraße 길을 걸었다. 지도에 표시된 곳은 그 길에서 그나마 유명한 쇼핑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