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출장 관련 포스팅하면서 브라티슬라바 맛집이라고 두 군데를 적긴 했지만, 가본 곳이 두 군데뿐이라 아주 믿을만한 정보는 아니다. 어짜피 일기 쓰듯이 쓰는 글들이고 가는 곳도 구경할 수 있는 시간도 극히 적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전에 포스팅한 브라티슬라바 맥주집은 역사도 오래됐고 호텔리어도 추천한 곳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굉장히 맛있었다.
이번에는 그냥 길 가다가 가장 시끌벅적하고 문 앞에서 호객행위도 하는 (그러나 아시아처럼 적극적이지는 않은 호객행위) 집으로 들어갔다. '호객행위하는 집에 왜 가냐?'라고 반문 할 수도 있겠지만 브라티슬라바와서 유일하게 호객행위하는 레스토랑이라서 오히려 더 신기하게 느껴져 들어갔다.
어디를 가든 통하는 법칙 중 하나라면 "손님이 많은 음식점은 맛있다."인데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네 다섯 테이블이 차 있었으니 이 동네에서는 그래도 맛집인가보다.
영어로 된 것 처럼 보이지만 영어는 그리 메뉴에 많이 적혀 있지 않다.
내가 시킨 맥주는 즐라티바잔트. 이것도 역시 슬로바키아 맥주다.
오늘 저녁은 아침, 점심을 모두 조식으로 넘기고 얻어먹는 덕분에 스테이크에 맥주를 시켰다. 맥주 얘기를 좀 하자면 한국에서 맥주를 먹는다고하면 500cc를 두 세개 먹었지만 여기서와서는 모든 맥주가 강해서 한 잔도 겨우 먹는다. 하지만 그만큼 맥주같다는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처럼 보리차 느낌이 아니다. (그 보리차 먹고 취하는건 별개)
동유렵사람들의 특유의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키는 모습을 와서 직접 보고 따라해 보려 했지만 나한테는 좀 힘들일같아 보인다.
위는 립, 아래는 스테이크.
이 메뉴의 가격이 대략 2만원 초중반. 우리나라였으면 4만원은 달라고 했을텐데 참 음식값 저렴하니 좋다. (브라티슬라바에서는 비싼 것이겠지만..) 맛은 뭐.. 일반 스테이크 맛이다. 어디 만화나 예능프로에서처럼 먹고 눈이 번쩍한다거나 설명을 줄줄할 수 있을만큼은 아니다. 게다가 양이 엄청나게 많다. 그보다 더 놀라운건 그 많은걸 다 먹었다는 것.
이 집이 좋았던 것은 음식 가격이 싼 것도 있지만 라이브 음악을 해준다는 것이다. (사실 가격이 싼 것은 지역 차이 때문이지 브라티슬라바에서 싼 것은 아니다.) 벽에 걸린 초상화나 벽화도 심상치 않지만 저 대머리 아저씨가 가장 비범하다. 무대도 없는 곳에서 홀로 노래를 부르는데 소울이 아주 풍만하시다. 사람들도 대단한 공연을 보는게 아니라 라디오 듣는 것처럼 흥얼거리며 듣는다. 무드가 없는 일반 가게에 무드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는 노래를 읊조리듯 불렀다. 내가 음악을 잘 몰라서 평가를 하기는 어렵지만, 나오면서 어쩌면 난 정말 대단한 가수의 노래를 들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오면서 가슴을 치고 엄지를 세워 감사를 전했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굿나잇을 해주신다.
브라티슬라바에 아주 특별한 것은 없지만 특별히 나쁜 것도 없어서 지내면 지낼 수록 이 도시만의 편안하고 조용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