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타운, 4개의 상징적인 동상과 여기가 유럽이라고 말해주는 건물들-3월 24일 브라티슬라바-Old Town in Bratislava, Slovakia

올드 타운, 4개의 상징적인 동상과 여기가 유럽이라고 말해주는 건물들-3월 24일 브라티슬라바-Old Town in Bratislava, Slovakia

Foreign trip/14-Mar:Bratislava-Madrid (for business)

2014-05-26 00:56:25


낮 시간에 일하고 밤에 호텔로 돌아오니 동네 구경 한 번 해보고 싶어졌다. 저녁도 먹을겸 구경도 좀 할겸 어제와 다른 길로 나갔다. 급히 오느라 관광 책도 안가지고 왔고 일 말고는 신경을 전혀 못써서 어디가 유명한 곳이고 꼭 봐야하는건지 아무 정보가 없다. 게다가 치안이 어떤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밤에만 시간이 나서 돌아다녀야해서 길 잃고 할렘에서 총맞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건물 하나하나 외워가며 걸었다. 하지만 동네와 길이 너무 이국적이고 예쁘다보니 걱정거리가 하나씩 사라지고 결국엔 한국에서 다니듯이 맘 놓고 사진찍고 돌아다니게 되었다.

호텔 바로 앞에 있는 대통령 궁. 이 작은 도시의 랜드마크를 담당하고 있다. 불이 다 꺼진거 보니 자나보다. 신기했던건 이 나라는 데모도 안하는지 궁 주위에 경찰이나 군인이 없다. 혹시 실제 대통령 궁은 다른 곳인가?

여긴 우리가 묵고있는 호텔. 브라티슬라바에서 최고의 호텔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저 멀리 조명을 한껏 받고 있는 성이 브라티슬라바 성이다. 저기까지 가보지는 못했지만 지도에 추천되는 장소 1번이다. 한 눈에 봐도 성주가 위에서 동네를 전부 쳐다 볼 수 있고 적들이 와도 힘겹게 산길을 올라야하는, 성을 짓기에 알맞은 곳이다. 다음에 또 여기에 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 성만큼은 꼭 가까이 가보고 싶다.

여행객들에게는 특별한 모습이지만 현지인에게 그럴 이유가 없겠지. 표정들이 '뭘 이런걸 신기하게 여기냐'고 말한다. 그래도 전차가 직접 다니는 모습을 본 적 없는 나에게는 너무 생소해서 일종의 낭만같은 것도 기대하게 한다.

길에 사람도 별로 없고 한적하다 못해 아무도 없어서 무서운 골목들이 있다. 그런데 막상 가보면 별거 없다. 사람이 있어야 경계를 할텐데 그럴 사람조차 없다. 게다가 다니는 곳이 이 동네에서는 유명한 관광구역이다보니 다들 걱정없이 다니고 있다. 동유럽은 무섭고 조심해야 한다는 소문은 시간이 흐를 수록 바뀌어 가고 있었다.

어떻게든 잘 찍어보려고 했지만 맘처럼 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올드 타운의 관광 시작을 알리는 세인트 마이클즈 게이트이다. 슬로바키아 사람들은 조금 다르게 부르는데 정확한 발음은 모르겠다. "마이클즈 게이트" 또는 "빅 탑"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어딘지 알고 알려준다.

마이클즈 게이트를 지나면 활기찬 거리가 나온다. 이 거리가 그나마 먹을 것도 많고 사람도 많은 거리다. 브라티슬라바에 와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이 거리를 가라고 해주었을 정도니 확실하다. 길거리 음식이란게 있다면 먹었을텐데 이 동네는 그런건 없나보다. 그게 좀 아쉬운 부분이다.

유럽에 와서 제일 신기했던 가게이다. 축구나 야구용품점은 봤어도 아이스하키 용품점은 처음 봤다. 정확히 따지면 용품점도 아니라 응원전용 샵. 슬로바키아 아이스하키가 인기 종목인지 정확치는 않지만 프로경기나 이런거 있음 한 번 보고 싶긴 하다. 캐나다나 미국에선 사람들이 거의 광적으로 아이스하키 좋아한다던데 여기도 그럴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 슬로바키아 온 기념으로 응원도구라도 하나 사볼까 했지만 문이 닫혀서 포기. 불은 왜 환하게 켜놓고 문을닫은건지 모르겠다.

목적지인 올드 타운 광장이다. 대사관과 유럽풍의 건물들(그 건물에 스시집이 있었던건 좀 이상했지만)이 둘러싸고 있는 광장인데 여기서 제일 눈길을 끌고 재밌었던 것은.

바로 이 동상.

재미난 자세를 하고 있는 동상이 브라티슬라바 올드타운 안에 4개가 있다고 한다. 일종의 관광용 보물찾기인데 일단 하나찾아서 사진 찰칵.

광장이란 단어가 건물에 둘러쌓인 공간을 이야기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건물에 둘러쌓인 이 광장은 상당히 쉬기 좋다. 일단 광장 주위를 둘러싼 건물들이 하나같이 너무 이쁘다. 그냥봐도 몇 백년은 되었을 것 같은 건물들에 둘러쌓이게 되어서 혼자만의 상상을 하기 좋다. 뭐.. 다른 말로는 멍때리기 좋다는 소리지.

어쩌다가 얻어걸린 두번째 동상!!

브라티슬라바 시립 박물관.

원래 공짜인지 몰라도 밖에서 건물은 구경할 수 있어서 스리슬쩍 들어가 보았다.

Romer Floris. 위인이신거 같은데 누군지 모르겠다.

여기저기 수리한 흔적이 많은 건물이었지만 그래도 기본은 1659이라는걸 증명해 주는 비석이다. 우리도 이런 건물들이 많아서 "우리집은 300년된거야" 라고하면 좋겠지만 실상은 10년되도 쓰레기 취급. 유럽에 오고나서 드는 생각 중에 하나가 우리도 일본처럼 몇 년된 집, 몇 대 째하는 가게, 이런 세월을 탄 것들이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린 좀 너무 빨리 없애고 너무 빨리 지겨워하는 것 같다. 물론, 여기서 몇 몇의 슬로바키아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니 오히려 여기 사람들은 새로 지은 집을 동경한다. 서로서로 원하는대로 바꾸면 참 좋을텐데.

이 마리아 상 앞에 있는 건물이 좀 유명한가 본데 난 이 마리아상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이 마리아상이 뭔지 주의깊게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아주머니가 말하길

이런 동상들이 유럽에 여기저기 있는데 그 이유가 옛날 유럽은 물이 쉽게 오염되는 경우가 생겨 역병이 끊임없이 창궐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제발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기도하기 위해서수원지에 마리아상을 세워 역병이 퍼지지 않기를 빌었다.

라고 말하면서 아주 이해하기 쉬운 영어들로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사진을 찍고 자세히 보니 마리아가 아주머니와 비슷하게 생겨서 말을 하려고 하니 그 넓은 광장에서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다. 와.. 진짜 난 마리아께서 날 만나고 가신게 아닐까라는 혼자 '우와우와!' 이러면서 난리 부르스를 췄다. 둘이서 할게 없다보니 이젠 이런걸로 신나서 떠든다. 출장을 오래 다니면 왜 위험한지 이제 알겠다.

이렇게 대충 책도 없고 호텔에서 준 지도 한 장 들고 그냥 동네 마실 차원에서 관광을 했다. 대충 한 시간 정도 돌아다닌 것 같은데 돌아본 느낌은 오기 전에 들었던 동유럽의 무서움과 루머들로 인한 두려움은 많이 없어지고 오히려 시골동네의 푸근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내가 핸드폰이나 지갑을 잃어버리는 일이 생기면 여기저기서 무슨 일이냐면서 도와줄 것 같은 곳이란 확신이 든다. 이 동네도 문제가 있겠고 올드타운은 확실한 관광지여서 확신에 차서 말은 못하지만 적어도 여기만큼은 치안이 큰 문제가 될 곳은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해본다.

뭐 꼴랑 하루 지낸 사람이 말하는게 좀 우습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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