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슬로바키아에서의 업무를 모두 마치고 스페인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브라티슬라바 오는데 고생을 너무 해서 이번에는 잘 알아보고 출발도 아주 넉넉하게 했다. 기차역에서 호텔로 버스 타고 온 길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호텔리어에게 버스 번호만 묻고 바로 기차역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서울에 살던 사람으로서 정말 작은 마을이지만 글을 읽기도 어렵고 생전 처음보는 전차가 다니는 고난이도의 교통 시스템이다. 그래도 호텔 위치가 좋아서 버스 한 번에 갈 수 있었다.
이렇게 생긴 티켓 발급기에서 티켓을 발급한다. 전에도 말했듯이 대부분의 유럽에서는 정기권을 가지고 다니다가 직원의 요청이 있으면 보여줘야한다. (요청이 없으면 그냥 승차) 외국인은 거의 100% 티켓 보여달라고 하는데 아직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었다.
돈을 지불할 의사는 있지만 문제는 이 중에 무슨 표를 사야하는지를 모른다는 것 정도? 일단 2정거장만 가니깐 제일 싼 0.35유로 짜리를 구매하였다. 뭐라고 하면 뭐 그 때 걱정해야지.
버스 정류장.
표는 옛날 지하철 표처럼 생겼다.
구매한 표를 문 옆에 있는 이 기계에 표를 쭉 집어넣으면 "찌지지직" 하면서 결제된다. 여기 사람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지 옛날 인쇄 소리음이 들리니 버스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한 번 씩 쳐다봤다.
연착된 기차. 동유럽도 연착이 자주 발생하는가 보다.
표에 별 문제가 없었는지 아무도 뭐라 안해서 기차역에 잘 도착했다. 정확히는 아무도 우리한테 말을 걸지 않았다. 동네 꼬마들만 신기하게 보고 다들 곁 눈으로만 본다.
어제 당한게 있어서 일찍 출발했더니 이번엔 생각보다 너무 일찍왔다. 게다가 기차도 연착되어서 두리번거리며 시간을 좀 떼웠다. 밖에서 맛있게 쪽쪽거리며 담배 피는 사람 구경하고 역시나 쪽쪽거리며 헤어지기 아쉬운 연인들의 애정행각도 구경하며 보냈다. 그 모습들을 실실 웃으면서 구경하는 중에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가는 기차가 도착했다. 그러자 역 안에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서 들어간다. 길은 한적한 대신 비엔나로 가는 기차가 이렇게 북적대는 것을 보니 브라티슬라바 안에서보다 비엔나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여기도 유렵이라 그런지 몰라도 헤어질 때 표현이 굉장히 다채롭다. 남자가 기차따라 뛰면서 잘가라고 소리치는 옛날 영화를 따라하는 커플도 보인다. 가뜩이나 생기기도 모델같이 길쭉하고 하얀 애들인데 그런 닭살행동을 하니 광고찍는줄 알았다.
시골같았던 브라티슬라바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좀 다른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