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영혼이 나간 상태에서 겨우 표 구해서 스페인으로 가고 있다. 중간 경유지인 프랑스 파리, 어찌 됐든 이렇게 프랑스도 비록 공항이지만 한 번 오게 됐다.
에어프랑스를 타고 오게 되었는데 이름과는 다르게 진짜 실망스럽다. 노후한 비행기에 (내 식판은 한쪽이 떨어져 나가기 직전) 좁은 의자, 내 비행기 표가 싸서 일부러 이런 비행기를 타게 된 것인지 의심될 정도로 비행기가 너무 별로다. 그래도 거기서 좋은 점 하나를 찾으라고 한다면 직원들이 시원시원하게 웃는 것이다. 눈, 코, 입이 작은 동양인으로서는 입이 얼굴의 반이나 되는 프랑스 사람의 시원시원한 웃음은 청량제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샤를 드골 공항은 내부가 데칼코마니 마냥 똑같은 구조를 두 개 가지고 있다. 디자인을 단순하게 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파리 시내를 못 가서 대리만족으로 공항을 구경하는 입장에선 너무 심심하다. 특별히 독특한 부분도 없어서 어디 앉아서 쉬고 싶은데 유럽의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라 사람이 매우 많아 앉을 곳도 없다.
사람 너무 많아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려고 줄 섰다가 비행기를 또 놓칠 것 같다는 트라우마가 발동하여 기껏 먹은 게 편의점에서 산 샌드위치다. 게다가 무슨 샌드위치가 겉만 번지르르하지 속을 까봤더니 햄이랑 치즈가 반만 들어가 있다. 가끔 인터넷에 '대륙의 햄버거'라며 중국에서 겉만 번지르르하게 만든 햄버거 있지 않은가. 딱 그 모양이다. 나름 그래도 프랑스 요리랍시고 먹은 건데... 역시 편의점은 일본이 최고다.
딱 눈에 보이는 곳에만 치즈랑 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