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정도 가벼운 산책을 하고 다시 아츠타 호라이켄 신궁점으로 돌아왔다. 밖에서보니 사람들도 전부 사라져서 약간 급한 마음에 뛰기 시작했다. 먹을 것 앞에선 생전 안뛰던 모자도 뛰게 만든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김쉐프님의 발걸음에 거침이 없다. 덕분에 사진이 전부 흔들린다. 카메라를 바꾸던가 해야지...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서 이제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건물 안에 대기하는 방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는 한참 지난 2시 반에 왔는데... 그럼 도대체 이 가게는 점심시간에만 몇 명이 오는거지? 정말 장사 잘된다. 나고야 제일의 맛집이란 말이 헛소리가 아닌가 보다.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기대감은 이미 저 하늘 끝에 가 있다.
그렇게 따뜻한 방에서 15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이름이 불렸다! 물론 이상한 발음에 자기 맘대로 이름도 바꿔서...
외국인을 배려해서인지 요리하는 곳 바로 앞에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우리가 앉았을 때는 점심타임이 거의 끝나갈 때여서 몇 명은 설겆이를 하고 몇 명은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히츠마부시 먹는 방법
아츠타 호라이켄의 히츠마부시는 먹는 방법부터 특징이 있는데 위의 사진처럼 3가지 방법에 가장 맛있는 1가지 방법을 더해 4번으로 나눠서 먹는다. 물론 그냥 우적우적 먹어도 되지만 이 방법을 추천한다. 1번 방법은 먹다가 금방 질려서 난 별로였다.
그 외에도 몇 개의 메뉴가 있지만 다 의미없는 페이지다. 시키면 주방장이 놀랄 수도 있다.
나이 많은 요리사와 젊은 요리사의 콜라보레이션. 신구조화를 이루어서 얼른 제게 밥을 주세요.
애피타이저인지 밑반찬인지 알 수 없는 것을 먼저 주었다. 분명 김쉐프님께서 모두 드시고 재료를 알려주셨는데 잊었다. 난 장어덮밥이 더 먹고 싶다고...
장어덮밥에 비벼먹을 고명도 주시고
드디어 히츠마부시가 도착했습니다!!!!
저 기름진 장어를 보라. 정말 열었을 때 냄새가 침샘에서 침을 쭉쭉 뽑아낸다.
오른쪽 아래에 있는 것은 장어국물이다. 참고로 더 달라고 할 때마다 100엔을 받는다. 더 달라고 했을 때, 일본어로 뭐라뭐라 했으나 나중에 계산서 받고 그게 100엔 더 내야 한다는 말인지 그제서야 이해했다.
본격적으로 히츠마부시 식사. 우선 히츠마부시를 십자가로 나눠 네 개의 덩어리를 만들고, 그 중 한 영역을 퍼서 그냥 먹었다. 음... 기름진 장어 맛이 정말 일품이다.
두번째로는 고명을 넣고 비벼서 먹기. 다른 고명은 많이 넣어도 상관없는데 와사비는 많이 넣으면 장어맛이 너무 나지 않는다. 향만 날 정도로 넣는게 즐기기 좋다.
세번째로는 고명에 국물을 넣어서 먹기. 이 때는 오히려 와사비를 조금 많이 넣어서 장어국물의 비린 맛을 잡아주는게 좋다.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방법인 비벼서 먹는 방법이 제일 맛있어서 그 방법으로 히츠마부시를 마무리 했다. 누가 정립했는지는 몰라도 네 가지 방법으로 먹어보니 하나의 음식을 맛본 것이 아니라 네 가지 음식을 맛본 것 같은 느낌이다. 문제는 가격도 음식 네 개 먹은 것 같다는 것.
장어를 먹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여행자에게 쉽지 않은 금액이다. 2인분에 장어국물 추가한 금액.
일본도 직장 구하기 힘들다는데 여기 취직해서 히츠마부시 제작 기술 배우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곳도 쉬는 시간이 존재하는데 우리가 밥 먹는 시각이 쉬는 시간이었다. 손님을 아예 안받는 것은 아니고 손님을 조금 기다리게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굳이 쉬는 시간이 아닐 때 가려는 것 보다 아무때나 가게를 방문하고 예약을 한 뒤 가볍게 아츠타 신궁을 산책하고 오는 것이 나아보인다. 약간의 불편함이라면 영어가 좀 잘 안통하는 문제가 있는데 그게 밥먹는데 큰 불편을 끼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까탈스런 양키가 아닌 이상 무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문제보다는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기 때문에 유유자적하며 시간을 때울 여유로운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한 가게이다.
그리고 기다림 끝에는 후회하지 않을 히츠마부시가 있을테니 나고야에 들리면 꼭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