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 구경 한 번 해보겠다고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배도 고프고 목도 칼칼하다. 여행 온 첫 날의 기분을 좋게 마무리 하기 위해서 나고야 메시 중 하나인 테바사키에 맥주 한 잔 마시고 들어가기로 했다. 나고야에서 먹어야 할 8가지 음식인 나고야 메시 중에서 유일한 야식 메뉴가 테바사키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집이 세카이노 야마짱, 한국말로 하면 세계의 야마씨 정도 되겠다. 다른 명물 메뉴들을 파는 전문점들(히츠마부시를 파는 아츠타 호라이켄처럼)은 분점이 많지 않아서 찾아가는데 지도켜고 고생하며 가야 하지만 세카이노 야마짱은 술집이라서 그런지 나고야를 돌다보면 여기저기서 계속 눈에 띈다. 우리가 간 세카이노 야마짱도 정해놓고 간 것이 아니라 호텔 가는 길에 보여서 들렸다.
호텔 가는 길에 발견한 세카이노 야마짱에 도착했다.
저 새발을 하고 있는 아저씨가 야마짱인가 보다. 캐릭터 사업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저 캐릭터가 가게 안 모든 곳에 다 있다.
유명한 집답게 사인이 많다. 기다리는 시간이 좀 있어서 자세하게 봤는데 몇몇 사인은 직업이 만화가인지 정말 특이하고 신기하다.
장소가 꽤나 넓은데도 사람이 가득차 있다. 십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알았다고 했는데 나오는 사람이 없어서 십 분 보다 더 오래 기다린 것 같다. 장사는 잘되지만 회전률이 낮은 것 같다. 아니면 그만큼 맛있어서 사람들이 나올 생각을 안하나 보다. 기다리다 지쳐서 그냥 돌아가려는 찰나에 흡연석이 비었는데 괜찮냐고 묻는다. 호텔 흡연실도 냄새가 심해서 거부감이 있었지만 이번 것을 놓쳤다가는 또 언제 앉을 수 있을지 몰라 그냥 앉았다. 요즘 한국에서 실내 흡연이 안되서 감을 잃었나보다. 자리에 앉는 순간 눈이 매워서 혼났다. 담배를 피는데 환기도 잘 안되다보니 실내에 담배 구름이 하나 떠 있다. 좀 더 기다려서 금연석으로 갈 걸 그랬나보다.
야마짱의 테바사키 먹는 법이다. 일본답게 만화로 설명이 되어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인. 그딴 자질구레한 설명 없어도 치킨 먹는 법따위는 이미 뱃속에서 엄마한테 배운 상태다.
테바사키만 파는 줄 알았는데 이것 저것 많이 판다. 게다가 테바사키도 양념에따라 종류가 다르다. 그래도 사진이 있어서 고르기는 쉽다.
술 종류도 이것저것 많다. 최대한 형광등이 안보이게 찍으려 했지만 지금 보니 완전 실패다. 언제쯤이면 글도 잘 쓰고 사진도 잘 찍으려나.
일단, 기본 테바사키 5쪽에 맥주 두잔을 시켰다. 하지만 곧 김쉐프님께선 자신의 직업이 요리사라는 것을 깨닫고 신기한걸 주문하기 시작했다. 두부를 기본으로 한 음식 하나와 타코와사비와 양배추 절임을 주문했다. 도대체 왜 주문하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먹으면서 정말 우리 엄마의 경험치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닭날개가 소스에 따라 짜고 단데 이것을 맥주로만 해소하기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양배추 절임과 타코와사비를 함께 먹으니(특별히, 양배추 절임을 추천한다) 치킨에 단무를 먹듯이 입이 개운하다. 역시 여자말을 안들어서 손해보는 것은 없다.
딱 봐도 접대다. ㅠㅠ
야마짱 드래프트. 일본맥주답게 거품이 부드럽고 목넘김이 쉽다. 부드러운 라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토록 기다린 테바사키. 간장옷을 입힌 테바사키다.
우리에겐 교촌 치킨이란 간장옷을 입히는 치킨 브랜드가 있어서 익숙한 맛이었다. 단지 다른 부위는 없고 닭날개 전문이라는 것 정도가 다르다. 닭날개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맛있어서 말도 안하고 한 접시는 바로 비우게 된다. 치킨은 일단 맛있기 때문에 맛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지 모른다.
서비스인지 아닌지 헷갈렸던 타코 와사비.
음식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우리를 담당한 남자 서버가 정신을 못차린다. 나이도 엄청 어려보이는데 영어도 제대로 할 줄 모른다. 할 줄 모르는 일본어로 주문을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이 남자 완전 패닉에 빠져서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인다. 주문 실수를 끊임없이 하다보니 이게 정말 내가 시킨건지 아닌건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나이도 어린 사람이 너무 미안한 표정을 하면서 얼굴은 하얗게 질려서 쩔쩔매는 것을 보니 이거 뭐라고 하면 이 아저씨 이 아르바이트는 영원히 못할 것 같았다.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만 고생할까... 일본 젊은 애들도 우리만큼 힘들겠지란 생각에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잘못가져와도 '아~ 괜찮으니 두고가세요'라고 했다. '뭐 놀러와서 다양하게 먹어보는구나~'라고 마음을 먹고선 계속 웃으면서 괜찮다고 해줬다. 근데 괜찮다고 말한건 알아 들었으려나?
이건 두부에 성게. (성게 맞나..?) 김쉐프님이 주문한 두부요리다. 난 별로 였는데 엄마 입 맛에는 꽤 맞았나보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는데 엄마처럼 테바사키랑 야채나 두부랑 같이 먹는게 더 맛있고 입을 개운하게 해준다.
이건 어리버리 알바생이 잘 못 알아듣고 가져온 양념 테바사키. 양배추랑 같이 먹으면 맛있다는걸 이걸 먹고 알았다.
요즘 김쉐프님이 몸이 안좋아서 양배추를 자주 먹는데 여기 양배추는 어떻게 손질하나 궁금하다고 주문하셨다. 그리고 알게된 양배추와 테바사키의 조화!! 다음에 오면 꼭 함께 먹고 말리라.
거의 다 먹고 알게된 테바사키와 함께 먹으면 좋은 음식들. 일어로 어딘가 쓰여있겠지만 읽지 못하니 소용이 없다.
주문 실수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둘이 술을 먹은 것 치고는 적게 나왔다. 물론 술은 내가 다 마셨지만.
호텔로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엄마랑 단 둘이 맥주를 마신것도 처음이고 여행도 처음이다. 알딸딸하게 취해서 호텔로 돌아오는 이 길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자주자주 이런 시간이 있어야 할텐데 그럴 수 있을까?
모르겠다 어쨋든 김쉐프님과의 여행 1일차는 이걸로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