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일 째.
오늘의 스케쥴은 오전에 나고야 성을 보고 나고야 성 옆에 있다는 오츠 시장 거리를 둘러본 다음 기차를 타고 온천마을인 게로로 이동하는 것이다. 최대한 널널하게 계획을 세웠는데 과연 널널할지 호흡이 식도까지 차오를지 두고봐야겠다. 일단, 재수없는 소리는 집어넣고 나고야 성을 보러 출발!
한국과 중국도 그렇지만 일본에도 각 도시마다 예전 영주가 살던 성이 하나씩 꼭 있다. 오사카에는 오사카 성이 있고 나고야에는 나고야 성이 있는 식인데 우리와 중국이랑은 다르게 일본에서는 성이 부서져도 대부분 다시 고증을 하는 모양이다.
대망을 보면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란 인물을 좋아해서 나고야에 올 때부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축성한 성인 나고야 성에 기대를 엄청나게 했다. 얼마나 대단한 성이면 민요 (이세 민요)에 "이세는 나루를 품고, 나루는 이세를 품고, 오와리 나고야는 성을 품네"라는 대목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막상 와서 정보를 얻다보니 2차 대전 때 미군의 폭격을 받아 완전히 무너진데다 새로 축성한 성은 이전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라해서 가기 전부터 실망했다. 그래도 일본 3대 성(정확히 일본 3명성) 중에 하나로 꼽히는 성이니 가서 보긴 봐야겠는데 도대체 제대로 고증하지도 않은 성이 손에 꼽히는건지 도저히 내 머리로는 모르겠다.
체크아웃하고 짐을 호텔에 맡긴 뒤 주말 오전의 한산한 지하철을 타고 센겐초(浅間町)역에 내려 나고야 성으로 향했다. 역에서 내리면 멀리 나고야 성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힘은 가지고 있다.
입구 앞에 있는 지도를 보니 붉은 색으로 현재 공사 중인 곳을 표시했다. 아직도 다 완공이 안되었나 보다.
한국 사람 많이 오긴 많이 오나보다.
입장료 가격은 500엔. 그리 비싸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보존된 성이 아니다보니 싸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다.벚꽃이 필 때 예쁘다고 하는데 그 때라면 싸다고 느껴질 것 같다. 입장 시간은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하지만 주 성인 텐슈카쿠는 4시까지 오픈하므로 오전에 가야 한다.
시간이 많으면 이런 이벤트들을 찾아서 봤을텐데 시간도 부족하고 같이 온 김쉐프님께서 이런거 별로 안좋아하시기도 하여 스킵하였다.
날씨가 쌀쌀하기는 했지만 날이 정말 좋다. 하늘도 기분 좋을 정도로 파랗고 흰색이 주인 나고야 성 건물들과 조화가 잘 되었다. 여기는 중국서 오는 스모그 걱정은 안하고 살겠지?
성 구경 보다는 나무 구경이 더 좋은 김 쉐프겸 분재전문가.
서양도 그렇듯이 일본의 성도 성 주위를 깊게 파서 적의 침입을 막았다. 그런데 물이 없으니깐 좀 휑한 느낌이다.
완전히 폭삭 무너졌다가 다시 세운 건물이라 자리도 약간씩 옮겨졌나보다. 이 벽은 나고야 성을 처음 지을 때 있던 정문 주위의 벽인데 지금은 문은 다 부서지고 이 벽만 남아있다. 다시 재건을 할거면 좀 제대로 하지 이런 부분은 일본답지 않게 꼼꼼하지가 않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수원화성이 고증은 정말 제대로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뭐.. 불국사나 그 외 거의 모든 문화재는 볼 필요도 없이 대충 했지만.. 마음 같아서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잘못 만든 것들은 다시 부수고 새로 제대로 고증해 줬으면 좋겠는데 들인 돈도 있으니 말도 안되겠지.
내부에는 그 당시 유물들이 많이 있을테니 안으로 들어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