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양 많은 히츠마부시를 아침 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 먹었더니 배가 너무 부르다. 날도 춥고 신궁에 별로 볼 것도 없어보여서 집에 가려 했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안되겠다. 소화시키기 위해서 아츠타 신궁에 산책갔다.
아츠타 신궁과 함께 자란 나무들만 봐도 여기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는 물론이고 자연적으로도 보존이 잘 된 곳이다.
쿠사나기검. 군대 지휘가 목적인 칼이라서 굉장히 길다.
아츠타 신궁에 유명한 것이라면 일본 만화책 보다보면 가끔씩 보는 쿠사나기검이 보관되어 있고 오다 노부나가가 오케하자마 전투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빌고 이긴 뒤 세운 노부나가베이 가 있지만 사실 아츠타 신궁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츠타 신궁 그 자체이다. 약 1900년 된 신궁에 비하면 전국시대도 결국 한 순간이지 않았을까.
일본 신사에서도 살생이 금지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닭 사이즈가 어마어마하다. 치킨의 나라에서 온 나로서는 정말 엄청난 양의 치킨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그냥 물 마시는 곳은 아니고 기도를 하고 손을 씻는 곳이다. 가이드가 있으면 뭐하는 곳인지 묻겠지만 그 가이드가 나여서 그럴 수 없었다는거...
나무에 두른 끈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랑 일본이랑 비슷한게 참 많다고 느껴진다.
워낙에 여기가 유명한 신사이고 특히 일본 역사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시기인 전국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했기에 위 사진들처럼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각각 벽, 서필, 서문을 세웠다.
위의 세 개의 포인트 중에서 노부가나가 오케하자마 전투에서 극적으로 승리하고 신에게 바쳤다는 진흙 벽을 봤다. 그냥 봐서는 전혀 특별할게 없지만 역사적으로 귀중한 것이라 부분만 공개되고 나머지 부분은 출입을 금하고 있다.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죽여버린다는 영주의 선물치고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아니면 신궁을 전부 둘러쳤는데 소실되고 이것만 남은 것이려나..
아츠타 신궁의 본당이다. 정확히는 본당의 입구이고 본당은 이 뒤에 있다. 사진기의 한계로 찍지 못한게 지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와서 기도한다. 정말 신중하게 기도하는 사람도 있고 간단하게 웃으면서 기도하는 커플도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올리는 기도를 1900년간 다 받아주었다고 생각하니 여기 살고있는 신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겠다. 그래도 여기오는 모든 사람들이 돌아갈 때는 기분 좋게 가는 것 같아 괜히 보기만 한 내가 뿌듯했다.
막상 둘러보면 쿠사나기검 신체도 노부나가 베이도 그냥 별 것 없어 실망스럽다. 그래도 꼭 들려봐야하는 이유라면 조용한 분위기에서 울창한 나무들 사이를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며 걷기에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대로 보기위해 대망이나 전국지라도 읽고 가게 된다면 내가 말한 별 것 없는 문화재들을 보면서 혼자만의 상상으로 가슴 벅찬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꿈의 공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