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조식을 많이 먹어서 산책할 겸 료칸 주위도 구경 할 겸 밖으로 나왔다. 아! 정확히, 료칸 안에 있는 기념품 판매점을 거치고 나왔다. 어제는 급하게 들어가느라 정문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입구가 고풍스럽다.
료칸 안에는 료칸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 있다. 대단하게 있는 것은 아니고 복도에 전시를 한 수준인데 역사가 오래되어서 양이랑 퀄리티가 남다르다. 특히 유노시마칸의 수준을 보여주는 전시가 있는데 일왕이 방문했을 때 사용한 식기 전시이다. 왕이 방문한 료칸이 우리가 오늘 갈 스이메이칸과 유노시마칸이라고 하니 얼마나 내가 좋은 곳을 골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보면서 '뭔 왕이 왔다 갔다고 평소 사용하던 것도 아니고 한 번 쓴 걸 전시할까?'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는 왕도 아니고 5년에 한 번 씩 바꾸는 대통령 왔다 갔다고 똑같이 난리치고 무슨 기념식이다 뭐다 해서 광고하려고 쑈하는걸 떠올렸더니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 국가지만 신민의식을 갖고 있다고 해야하나.
재밌게 생긴 전화기
이 소고기가 이 지역 최고의 특산품이다.
1층에 있는 기념품 가게이다. 대부분이 지역 특산물이다. 마을의 온천수로 큰 대형 료칸들이 지역의 특산품을 홍보해 주는 것은 서로에게 윈윈인 것 같다. 특히, 여기 소고기는 일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소고기다. 요리해주는 사람도 이 지역 소고기라 굉장히 맛있다고 할 정도로 유명하고 지역의 자부심이다. 그리고 실제 어제 먹어봤지만 정말 맛이 기가 막히다. (물론 마블링이 잘 되어서 살은 엄청 찌겠다만...)
1층 로비
카페가 따로 있긴 하지만 손님들이 기다리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식적인 로비다. 주인이 누군지는 몰라도 굉장히 전통적이고 소박한 느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내 경우에는 그런 오래된 느낌이 정말 좋았다.
이제 밖으로 산책
천하의 명천!
산책로는 15분 정도면 돌아 볼 수 있는 거리다. 아직 살얼음이 껴 있는 시기라서 멀리까지 가는 길은 다 막아놓아서 건물 주위로만 돌았다. 정원이 잘 꾸며져 있어서 산 길을 산책했다기 보다 정원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는게 맞는 말 같다.
하야시 라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와 아직 오픈하지 않은 커피숍을 가보니 하야시 라잔의 동상이 있다. 이 분이 "게로의 온천이 최고다!" 라고 광고해 주셔서 지금의 게로 온천이 생겨났다.
밖의 풍경을 보며 유유히 족욕을 할 수 있는 족욕탕이 있다. 족욕이고 오픈되어 있어서 물에 모래나 낙엽같은 불순물이 많지만 온도나 경치나 졸기 딱 좋다. 사람도 없어서 전세낸 기분으로 있는데 여기에 커피가 곁들여지면 참 좋을 것 같다. 자판기라도 하나 놔줬으면 좋았을텐데.
이제 스이메이칸으로 옮기기 위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약간 좋은 방이어서 그런지 벽에 장식도 되어 있고 공간도 네 명까지는 아무 문제 없이 넉넉히 쓸 수 있다.
료칸이다 보니 시설물 중에서 욕실이 가장 중요하다. 노천탕이 어떤건지 궁금해서 특별히 골랐는데 그닥 대단한 것은 없었다. 창문을 열고 목욕을 해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춥다. 가격차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굳이 노천탕이 딸린 방을 고를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비데에 물을 내리면 자동으로 손 씻도록 물이 나오는 변기. 일본이 역시 공간 활용은 정말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