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마을을 서성이며 돌아다니기에는 심심하고 할 것 없어 시간떼우는 느낌이 나서 마을 북쪽 끝에 있다는 합장촌을 목표로 산책로를 정했다.
합장촌, 일본어 발음으로는 '갓쇼무라'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시라카와고 합장촌이 유명하다. 게로에 있는 갓쇼무라는 관광을 위해 시라카와고에서 10채만을 옮겨 가져와서 만든 민속촌같은 곳이다. (관광때문인지 문화재 보존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관광말고는 딱히 상상이 안된다.) 가져온 합장촌 중 하나가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이지만 이렇든 저렇든 게로는 갓쇼무라가 있던 지역은 아니다. 이런 스토리를 읽고나니 막상 가도 별로 대단할 것은 없어 보였지만 산책하기에 적당한 1km의 거리에 있고 마을이 전부 보일 것 같은 높은 지대에 있어 목적지로 정했다.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건물들의 대부분은 료칸이다.
게로를 통과하는 강인데 이 강에 노천탕이 있다. 지나가면서 혹시 누가 온천을 즐기나 봤는데 한 명도 없었다.
가는 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그러다보니 점점 숨이 차온다.
무슨 기준으로 잰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르막이라서 20분은 족히 걸은 것 같다.
겨울이 아니라 봄에 왔다면 정말 이쁜 개천일 것 같다. 온천을 즐기려고 2월에 왔는데 아예 눈이 오는 한겨울이나 꽃이 만발하는 봄이 더 예쁠 것 같은 곳이다.
이 길이 맞는지 의심을 할 때쯤 되면 표지판이 나온다. 아직도 150미터라니!!!
드디어 도착!!! 인데 정말 아.무.것.도. 없다!!
더 위로 올라가니 드디어 보이는 갓쇼무라. 입장권 파는 곳이다.
동네 구경하면서 설렁설렁 걷다가 호흡이 턱 밑까지 차오르면 갓쇼무라가 보인다. 이른시각은 아닌데도 관광객은 단 한 명도 없다. 입장료를 사서 들어갈까 했는데 관광객이 한 명도 없다보니 별로 그럴 것 까지는 없어보인다. 왜 모르는 동네에서 밥 먹을 때 사람이 북적거리면 뭔가 맛있는 집 같고 아무도 없이 파리 날리면 가면 안되는 집 같은 느낌말이다. 여긴 촉이 딱 파리 날리는 집이다. 게다가 주위에 있는 길따라 가다보면 외관은 전부 볼 수 있을 것 같아 표는 안샀다.
뭐.. 표 없이도 이 정도면 다 본 거나 마찬가지지..
구 오오도가 주택
이 집은 '구 오오도가 주택'으로 국가지정 중요 유형 민속문화재로 등재되어 있는 집이다. 1833년부터 13년간 지었으며 크기가 손에 꼽히게 큰 집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멀리서 보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갓쇼무라와는 다르게 집에서 풍채가 느껴진다. 그 당시 유명한 사무라이나 호족이 살던 집이지 않았을까? 아! 1833년이면 사무라이가 없나? 여튼, 다른 집들과는 달리 지붕도 새 짚으로 덮여있고 깨끗하고 깔끔한 느낌이 든다.
사무라이의 투구를 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문화재인 '구 오오도가'와 아닌 건물의 차이.
해가 안드는 곳엔 이끼가 잔뜩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자연스러움이 더 마음에 든다. 건물이 우직하면서도 새들의 안식처같이 포근함이 같이 느껴진다.
짧게 그것도 속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만 봤지만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문화재인줄 모르고 봤지만 누가보더라도 한 눈에 다른 '구 오오도가 주택'도 봤으니 공짜로 잘 구경한 셈이다. 게로에 와서 한 번 들려서 구경할 정도이긴 하지만 역시 제대로 갓쇼무라를 보고 싶다면 시라카와고에 가는게 맞아 보인다. 뭐든 '원조'가 더 나은 법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