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토우, 조용한 게로에서 느릿느릿 즐길 수 있는 식당-2월 20일 나고야-むとう Restaurant Mutou in Gero, Japan

무토우, 조용한 게로에서 느릿느릿 즐길 수 있는 식당-2월 20일 나고야-むとう Restaurant Mutou in Gero, Japan

Foreign trip/15-Feb:Nagoya-Gero

2015-05-07 23:36:27


마을로 내려오는 길에 족탕이 몇 개 보인다. 등산을 한 것 같이 산책을 해서인지 발이 점점 아파왔는데 딱 알맞은 곳에 족탕이 있다.

여기 게로 마을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족탕이 있다. 각 료칸들이 가게 앞에 작은 공간을 둔 곳 혹은 길 한복판에 두었다. 아무래도 마을공동체에서 마을 사람들과 관광객을 위해 일정 수준의 족탕은 무료로 열자고 한 것 같은데 상당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수건은 비치되어 있지 않아서 가지고 다녀야 하지만 누구나 쓸 수 있어서 커피숍 들리듯 가벼운 마음으로 족탕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조용한 마을을 따뜻한 족탕에서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게 된다.

이물질이 있지만 생각보다는 물이 깨끗하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모두들 각 료칸의 온천탕 안에 들어가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거의 모든 족탕에 사람이 없다. 길도 한산하고 족탕에도 사람이 없는 것을 보니 비수기인 것이 확실하다. 그 덕에 문을 연 가게도 몇 개 보이지 않는다. 족욕을 마치고 점심을 먹어야겠는데 점심 시간을 훌쩍넘긴데다 문을 연 가게들이 몇 개 없다보니 약간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맛있어 보이고 따질 겨를 없이 문을 연 가게에 바로 들어갔다.

가게 이름은 무토우(むとう).

들어갔는데 정말 가게가 작다. 게다가 주인은 허리가 굽으신 할머니와 할아버지.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이런 스타일의 집은 엄청난 맛집이거나 두 숟가락 먹고 내려놔야 하는 망한집 둘 중 하나다. 약간 긴장한 상태에서 메뉴선택!

할머니께서 가져다 주신 메뉴표. 읽을 수 있는거라곤 우동뿐이라 어찌해야하나 고민하던찰나에 할아버지께서 영어로 된 메뉴표를 가져다 주셨다.

한 5분 고민한 끝에 나는 돈까스 덮밥(가츠돈) 김쉐프님은 온모밀.

할머니가 요리하는 모습. 그냥 서 계시는줄 알았다.

요즘 티비에 나오는 주방장들처럼 미친듯이 썰고 볶아서 주문한지 5분 안에 척! 하고 나오는 곳은 절대 아니다. 주방을 맡으신 할머니께서 뭘 하시는지 궁금할 정도로 조용하게 요리를 하시다가 '아, 이제 나왔다'하고 생각하면 옆 테이블에 음식이 전해진다. 그 정도로 긴 시간동안 음식을 조리하는데도 이상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서울이나 나고야에 있을 때처럼 급하지 않다. 시간이 멈춘 듯한 게로의 마법이라 생각되는데 이곳에서는 이상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지가 않다.

오래 기다림 끝에 나온 가츠돈. 양이 정말 많다. 일본사람들은 소식한다고 하던데 그 소리는 누가 지어낸건지 궁금하다.

김쉐프님이 주문한 모밀. 일본와서 먹은 것 중에서 가장 맛있다고 극찬을 하셨다.

전체적으로 간은 알맞으나 일본 특유의 심심한 맛이 있다. 하지만, 가츠돈의 경우 소스가 매우 짜다. 아무래도 소스는 직접 만들지않고 사서 쓰시는 것 같다. 뿌려주신 양의 절반 이상을 덜어내고 먹으니 괜찮다. 모밀은 김쉐프님이 일본 와서 가장 맛있게 먹었다며 말만 통해도 만드는 법 좀 알고 싶다고 하실 정도다. 나보다 남이 해준 음식에 대해서는 까탈스러운 분인데 정말 괜찮은가 보다.

이 집은 음식이 호텔처럼 화려하고 맛있어서 간다기보다 옛스러운 분위기와 그에 걸맞는 소박한(하지만 양은 엄청 많은) 음식을 맛보기위해 오는 곳이다.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가정식'이다.

할아버지들이 많은 것을 봐서는 오래된 동네 아지트인가 보다.

주인 할머니의 공간인 입구

자리도 몇 개 없다.

막 들어온 곳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엄청난 집을 찾은 것 같다. 게로에서 점심 한 끼 먹기에 여기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된다. 관광도시라 온통 저녁에 먹을 무거운 음식들이거나 커피숍이나 샌드위치파는 곳들뿐인데 이렇게 점심에 먹기 딱 알맞은 가벼운 음식에 덧붙여서 할머니 할어버지가 주시는 일본의 따뜻한 부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무토우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강력추천이다. 그리고 메뉴는 소바류를 추천한다.

하야시 라잔과 원숭이들

게로를 도시로 만들어 준 하야시 라잔. 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그러나 싶었는데 위키피디아를 보니 진짜 엄청난 사람이다. 도쿠가와가의 선생으로 발탁되고 하야시가는 대대로 도쿠가와가의 선생이라 한다. 위키피디아에 설명이 부족해서 좀 더 봐야겠지만 우리로 따지면 대대손손 왕의 스승이란 소리다. 얼마나 똑똑하고 자식교육까지 잘 시켜서 이럴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이런 사람이 천하의 명천이라고 했으니 뜰 수 밖에...

하야시 라잔


#느릿느릿 나오는 밥이라 느릿느릿 먹었더니 느리게 먹는다고 할머니가 뭐라함 #우리로 따지면 조그만 기사식당같은 분위기 #한국 시골에도 비슷한 식당은 있지만 각 나라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더라 #게로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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