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표가 휴식이었기 때문에 온종일 온천과 널부러져 있기를 반복했다. 물에 몸을 하루종일 불리는데도 계속 있고 싶다.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하기에 6시쯤 되서 밖으로 나왔다. 밥 먹으러 가기 전에 우선 내일 돌아가는 기차표를 예매해야 했기에 게로역에 잠시 들려 티켓팅을 했다.
정말 작은 시골 기차역이다.
내일 오전 11시 비행기여서 첫 기차를 타고 가야만 한다. 티켓팅을 하면서 깨달은 완벽한 실수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내일 조식을 먹을 수 없다는 것. 나고야 공항에서 게로까지의 거리를 제대로 파악 못한 덕에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다 밥도 제대로 못먹게 생겼다. 조식 포함해서 호텔비를 비싸게 냈는데 그 조식을 못먹다니. 역시 여행할 때는 이동시간 파악이 가장 힘들다.
마을과 역을 연결에 해주는 터널이다. 밤에 사용하는 빛 색깔이 독특하다.
길에 사람이 거의 없어 휑하지만 거리는 예쁘다.
저녁을 어디에서 고민하다가 칼바람을 두어대 맞고 나서 료칸에서 가장 가까운 음식점에 뭔지도 모르고 그냥 들어갔다. 가게이름은 우리나라 말로 '송원' 일본어 발음은 'shoen'(맞나?) 들어가자마자 고기냄새가 콧 속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 제대로 찾아온 것 같다.
열 명 남짓되는 대가족이 식사를 마치고 난 후 찍은 식당 모습. 우리나라 고기집처럼 앉아서 먹는 곳이 따로 있다. 사진에 찍히지 않은 테이블이 한 줄 더 있어서 가게가 보기보다 작지 않다.
그나저나 이 가게는 뭘 파는 곳인가 봤더니... 히다규!!! 소고기 파는 곳이다!!! 어쩐지 들어올 때 코를 자극해주는 냄새가 예사롭지 않다 싶었어. 가게 주인한테 물어보니 영어로 스테이크를 먹는 곳이라고 설명해 준다. 가격이 꽤나 비싸지만 돈도 좀 남고해서 저녁으로 소고기 스테이크 당첨. 히다규 테판-야키로 두 개 주문했다.
히다규 테판-야키!!
먹는 법은 버터를 두른 철판 위에 소고기를 올리고 양배추와 숙주를 같이 올려서 소스에 찍어먹는다. 이렇게 먹는 것을 테판야키라고 하는지 몰라도 이런 스타일을 처음보는 촌놈이라 신기해서 사진을 엄청 찍어댔다.
버터를 두른 철판 위에 소고기를 올린다.
거기에 양배추등 야채도 볶는다.
요리사가 히다규 테판야키 먹는법. 소고기를 하나 씩 구워서 먹으려니 감칠맛만 났는데 이렇게 숙주 다 넣고 볶듯이 먹으니 양도 충분하고 맛도 더 있다.
소고기 질이 좋아서 그런지 맛은 정말 대단하다. 아니 소고기는 전세계 어디를 가든 통일되게 맛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 와서 벌서 소고기만 두 번 째인데 이렇게 자주 먹을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 이거 거의 일본에서의 마지막 만찬이 될 것 같아 한국이랑 일본이랑 음식점 차이가 뭐냐고 물어보니 김쉐프님의 말씀에 따르면
"된장국 등의 사이드 메뉴는 조리법이 모든 가게가 똑같아서 특색이 없다. 따라서 음식 맛이 최악인 집도 없지만 최고인 집도 없다. 그래서 이런 소고기 등의 재료가 좋은 집이 맛있는 집일 수 밖에 없다."
라고 읊어주셨다.
양이 적어보이지만 밥과 야채를 볶아먹으니 배가 굉장히 부르다. 우연히 들어간 집인데 퀄리티가 정말 좋아서 대만족이다. 점심에도 그러더니 이번 여행은 음식으로 실패를 거의 하지 않았다. 역시 요리사의 직감은 무시하지 못한다. 물론, 식비는 숙박비에 버금갈 정도로 비싸다. 둘이서 10만원 조금 안되게 먹었다.
일본 소고기인 게로의 특산품 히다규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송웡은 스이메이칸에서 나와서 사거리로 걸으면 바로 보인다. 간판이 생각보다 눈에 띄지 않아서 옆 건물의 마네키네코를 찾는 편이 더 쉽다.
하루종일 물 속에만 있었다가 소고기로 배를 완전히 채워버렸더니 졸음이 또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