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엄마와 여행을 다녀오고 회사에 복귀한 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다. 조그만 원을 만들어 앉아 잠시 회의를 했는데 다들 웃으면서도 뭔가 결심했다는 듯이 말을 시작한다.
"시드니! 시드니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아이고... 이거구나. 일본에서 오자마자 호주라니. 정확히 내가 무서운건 다시 비행기를 타거나 하는 체력적인 부분이 아니다. 회사에서 가는 것이라서 비행기 예약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호텔도 항상 꽤 괜찮은 곳으로 잡아주기 때문에 비행기와 호텔이 문제라기보다 오히려 장점이다. 문제는... 영어. 일본이야 그 동네 사람들도 영어 못하고 나도 못하니 '아이고 뭐 손발써도 말만 통하면 되지 않겠습니까?"겠지만 호주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거기다가 돈 쓰러 가는 것도 아니고 가서 '저희 좀 잘 봐주세요~ 호호~'해야하는 나름대로의 비즈니스이다. 호주에선 5세 유아가 영어로 날 가르칠텐데.. 이거 완전 망했다.
이번 출장은 짐도 많아서 공항에 도착하니 옷이 땀으로 완전히 젖었다. 2월에 이렇게 땀 흘리고 다니는 것도 어찌보면 사치지만 지금 그런 사치를 즐길 여유가 없다. 찝찝해서 짜증만 엄청나게 난다. 비행이 10시간이다보니 어디서 좀 씻어야겠다 싶었는데 프리미엄 카드 덕에 생긴 프라이어리티 패스(Priority Pass), 일명 PP카드가 수중에 있어서 라운지에서 씻을 수 있다는게 생각났다. 뷔페 사용하려고 만든 카드인데 이렇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마티나 라운지
대충 빨리 찍고 급히 샤워하러 간 것이 너무 눈에 보이는 사진이다.
카드를 주면서 샤워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키를 주면서 여자샤워실을 이용하라고 한다. 어짜피 키로 열고 닫는거라 상관은 없다만 출국하기 전부터 변태로 몰릴까봐 괜히 불안하다.
깔끔한 샤워실이다.
샤워도 했으니 이제 배를 채울 단계
아주 대단한 음식은 없다. 이 중에 스프와 라면이 가장 괜찮다.
이것저것 가져왔지만 결국 맥주를 마시기 위한 안주일뿐... 그래도 기내식 보다는 낫다.
잘 씻고 잘 먹었으니 이제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