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꿈에 그리던 금요일. 입사하고(다른 회사 포함) 이런저런 출장을 다녀봤지만 이상하게도 한 번을 출장을 나와 주말을 보낸 경우가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 없지만 일이 엄청 많고 반드시 해결을 해야 돌아 올 수 있어 처음으로 불금과 주말을 얻었다. 일단 불금이니깐 오늘까지는 즐거운 것으로 치자.
숙소에 들어오니 에미레이트 항공 승무원들이 공항으로 가고 있다. 다들 표정이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불금을 즐기는 불금인으로써 일단 오늘 저녁에 할 일을 나열하자면 저녁을 혼자 먹고 그 뒤 양부장님을 만나 술 한 잔 하는게 전부다. 뭐 한국 사람이 술만 있으면 되지 다른게 더 필요할게 있을까. 일단, 첫번째 계획인 '맛있는 저녁을 혼자먹기'를 하려고 하는데 장소가 장소여서 그런지 한국어로 된 블로그를 아무리 뒤져도 이 근처에서 밥을 먹은 사람이 눈에 보이질 않는다. 그냥 아무 곳이나 들어갈까 하다가 용완이한테 문자로 물어보니 "Urbanspoon"이란 앱을 소개해 준다. 우리나라로 따진다면 '포잉'이나 '망고플레이트'와 비슷한 맛집 알려주는 어플이다. 서로가 서로를 베끼는게 일반적인 앱시장이니깐 사용하는데 어려움은 전혀 없다. 어쨋든 어반스푼으로 비교적 댓글이 상당히 좋은 '매기즈 팟츠 포인트'에서 저녁 먹기로하고 막 유흥이 시작되기 전의 킹즈 크로스 거리로 나섰다.
엘 알라메인 분수대
예술품처럼 생긴 엘 알라메인 분수대.
구글링해보니 2차 세게대전에 벌어진 전투 중 하나를 기념하는 것 같다. 길 가던 여행객은 분수가 너무 멋있어서 잠시 쉴 수 밖에 없다. 물론, 거지가 몇 명 있지만 쉬는데는 문제없다.
난 오히려 거지보다 얘네가 더 짜증난다. 에잇, 부럽다.
매기즈 팟츠 포인트
걷다 보니 매기즈 팟츠 포인트에 다 왔다.
가게에서 주문할 때, 외국에서는 메뉴를 거의 정독하고 사진도 찍고해서 시간이 오래걸린다. 여기와서도 똑같이 시간이 걸렸는데 종업원들이 아무 상관없다며 다 보고나서 알려달라고 한다. 앱에서 이 집 메인요리가 "슈니쯜"이라고 봤기 때문에 슈니쯜과 비트버거를 우렁차게 시켰다. 그리고 10분 뒤에 나온 슈니쯜을 보고 진짜 까무러쳤다. 난 대단한 음식인줄 알았는데 그냥 한국에서 파는 치킨까스다. 밑에 양파 구운 것이랑 샐러드 조금 주긴 했지만 이 퍽퍽한 것을 어떻게 먹나 막막하다. 두리번 거리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먹나 봤지만 그냥 퍽퍽!! 먹는다. 아... 망했네. 그래도 맛은 괜찮다. 단지 김치랑 밥이 있었으면 정말 숨도 안쉬고 먹었을텐데 애꿋은 샐러드만 세 번 리필해 먹었다. 하다못해 찍어먹을 간장 소스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맥주야 뭐 말 할 것도 없이 최고다.
하지만, 진짜 이 집의 최고는 서비스. 연령과 인종이 다양한 가게여서 들어올 때부터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서비스 정신과 매너는 모두 다 좋으시다. 혼자온 관광객인 것을 간파하고 어떤 음식이 괜찮은지 다 설명해주고 '레몬 더 필요없냐? 샐러드 더 가져가줄까?' 하며 종업원들이 돌아가며 챙겨준다. 어제 먹은 스테이크 집 서비스가 엉망이라 그런지 몰라도 정말 서비스랑 매너가 좋다.
이 집의 메인 요리가 '슈니쯜'이라해서 레몬 웻지가 함께 들은 것으로 주문. 허기진 내게 딱 알맞는 오버사이즈!
독일식 레스토랑답게 맥주가 마음에 든다. 볼 것 없이 비트버거 500미리.
그냥 한국에서 먹는 엄청 큰 사이즈의 치킨까스.
이 집에서 파는 비트버거 드래프트는 정말 최고다. 단지 한 잔 먹고 취했다는게 문제.
튀김 밑에 또 튀김이라니...
실내는 독일 레스토랑답게 시끌시끌하다.
호주와서 꽤 괜찮은 집을 발견했다.
가게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 가족 단위로 음식점 찾는 사람들이 많다.
밥 먹고 양부장님 만나러 가는 길. 킹즈 크로스의 홍등가가 불을 켜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