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약간의 늦잠과 더불어 상쾌한 기분으로 시드니를 구경하러 나가야 했지만 어제 양부장님과 거하게 마시느라 머리가 띵하다. 게다가 시간도 모르게 늦게까지 마셔서 차가 끊겨버렸다. 음주가무 시작 할 때부터 재워줄 수 있냐고 물어는 보셨지만 진짜로 주무시고 갈 줄은 몰랐다. 어쨋든 이러저러한 이유로 한 방에서 다같이 잤다. 양부진이 연세가 있으시니 침대를 내어드리고 바닥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허리가 '우두둑'하며 비명을 지른다. 이 쯤되니 찌뿌둥한 몸보다도 오늘 하루 잘 돌아 다닐 수 있나 걱정이 된다. 아.. 그 놈의 술 좀 적당히 마실걸.
우선 정신을 차리고 세운 오늘의 계획은 우선 오전에는 양부장님 일행과 걸어서 오페라 하우스 까지 가고 오후에는 시드니에 사는 용완이와 만나서 시드니를 구경하는 것이다.
오페라 하우스까지 걸어가는 길에 로열 보태닉 가든스라고 쓰인 공원이 있길래 그 곳을 거쳐 가기로 했다. (셋 다 영어가 짧아 이 때까지 그 곳이 왕립 식물원인줄 전혀 몰랐다.)
가는 길에 본 부리가 긴 새. 서울에선 비둘기만 볼 수 있는데 시드니는 도시인데도 다양한 새들이 있다. 서울의 비둘기와 닮은 점은 사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고 굉장히 귀찮다는 듯이 걸어간다는 점.
살면서 잔디가 이렇게 넓게 펼쳐진 것은 처음이다. 평소 조깅을 안하는 나지만 여기서만큼은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뉴 사우스 웨일즈 미술관
식물원 안에 있는 뉴 사우스 웨일즈 미술관. 나를 포함해서 같이 온 멤버가 미술과는 담쌓은 사람들이라 사진만 대충 찍었다.
건물 외벽에는 미술 문외한도 아는 유명한 작가들의 이름이 있었는데 그 아래 작품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다. 미술은 관심 없지만 이 부분은 궁금했는데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른다.
미술 좋아하는 사람은 가기 좋은 곳이지 않을까? 나같은 문외한은 잔디밭이 더 좋겠지만.
주말이라서 강아지들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공원에 많다. 강아지랑 같이 조깅하는 사람, 강아지랑 같이 잔디에 누워서 선탠을 하는 사람, 그리고 강아지 수영시키고 옆에서 껄껄대면서 웃는 사람. 분수대에 들어가서 정신없이 수영하고 노는 강아지들 보니깐 저절로 아빠미소가 생긴다. 나도 마당있고 산책할 곳 있으면 이렇게 큰 강아지들 키우며 살고 싶지만 사람 살 집 구하기도 벅찬(게다가 옆 집 개 짖으면 바로 신고들어오는) 서울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