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인 팟츠 포인트
간밤에 잘 자는데 밖에서 소리지르는 놈이 하나 있어 중간에 깼더니 아침에 비몽사몽이다. 술 먹고 신난 것은 이해하지만 누군지 찾아내면 패버리고 싶은 것도 좀 이해해 줬으면 한다. 그래도 한국에서 비즈니스로 온 사람들이라면 여기가 최고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주위가 유흥가라서 술 먹고 놀 곳이 많아서 같이 온 상사 접대 하기도 좋고 다른 곳과 다르게 밤에도 활력이 넘친다. 딱 한국인 스타일. 난 반대로 조용한게 좋고 방에 혼자 있어도 술만 많으면 되는 편이라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다.
밤과 달리 아침은 고요하기까지 하다.
벌거벗고 창 밖을 구경하다가 바로 맞은편 건물에 날 바라보고 뛰는 아저씨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조식도 포함 안된 호텔이라 아침밥을 사러 바로 앞 건물로 갔다. 꽤 괜찮아 보이는 샌드위치가 많다.
내 사랑, 베이컨이 들어간 샌드위치. '오븐에 구워 줄까?' 하고 갑자기 영어로 물어봐서 얼떨결에 OK했는데 훨씬 괜찮다.
일!
회의한 회사에서 찍은 사진이다. 요트가 눈에 보여서 헷갈리겠지만 정말로 '회사'에서 찍은 사진이다.
달링하버로 이동
9시간동안 말도 안되는 영어로 떠들고 사람들한테 가져온 것을 보여주고 문제 확인하고... 어우... 이것만 하면 몸이 땀투성이가 된다. 게다가 급하게 나오느라 한국에 두고 온 것도 있었는데 천만다행으로 옆 자리에 양부장님이 계셔서 도움을 받아서 무사히 넘어갔다. 완전히 방전되어 겔겔대면서 퇴근하고 보고서를 쓰는데 배가 너무 고팠다. 생각해보니 이틀동안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았다. 갑자기 뭔가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잠시 타임을 외치고 밥먹으러 회사 동료분이 추천해 준 달링하버로 저녁식사 겸 산책을 하러 갔다.
살짝 옆으로 새긴 했지만 대략 이 루트로 걸었다.
30분이나 걸리는 거리인데도 꿋꿋이 간 이유가 있다. 우선, 달링하버 근처에 늦게까지 여는 레스토랑이 많고 (하지만 내가 있는 곳은 거의 24시간 먹을 것을 파는 킹즈크로스라는 것이 함정) 다음으로는, 맛있는 곳이 많다는 추천을 받아서 저녁식사 장소로 정했다. 30분 걸리는 길을 모르는 동네에서 걷는게 위험할 수 있겠지만 아래 사진처럼 우리나라 밤거리처럼 환하고 사람들도 많이 다녀서 전혀 위험을 못느꼈다. 오히려 시드니에서 손 꼽히는 우범지역에서 관광지로 이동하는 것이라 안전지대로 대피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가는 길은 불빛이 환하고 사람이 많아서 별로 걱정이 안된다.
산책길 중간에 있는 퀸 빅토리아 빌딩
해가 떨어지고 본 퀸 빅토리아 빌딩과 세인트 메리 대성당은 정말 발이 멈출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예쁘다. 일단 가는 길에는 퀸 빅토리아 빌딩만 촬영했다. 사진에 빌딩의 규모가 다 나오지 않아 아쉽다. 큰 블럭 하나를 하나의 빌딩이 전부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냥 크기만 한게 아니라 사진처럼 조명과 옛스러운 건물이 잘 조화되어 있다. 그래도 지금의 목적은 밥 먹으러 가는 것이니 여기까지만 하고 밥 먹으러 다시 이동.
달링 하버 가는 길에 본 달링하버의 등대처럼 보이는 엘지 아이맥스.
달링하버 도착
사실, 달링 하버만 들었을 때는 그냥 지명인가 보다하고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도착하고나서 커플들이 손 꼭 잡고 있는 것과 여기저기 달달한 아이템들을 보니 Darling의 의미가 그제서야 떠올랐다. 괜히 외로워지는데 밥이나 먹어야겠다.
Meat & Wine Co
출발하기 전에 맛있는 레스토랑을 구글링해서 찾아보는데 의외로 캥거루 스테이크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쓴 블로그가 참 많다. 캥거루를 식재료로 파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소고기나 돼지고기 먹듯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인지는 몰랐다. 호기심이 제대로 발동되서 캥거루 고기를 먹으러 가격이 좀 비싸지만 제일 잘한다고 소문난 "The Meat & Wine Co"를 찾아갔다.
유명한 곳답게 사람이 굉장히 많다. 혼자 온 손님들도 눈에 띈다.
캥거루 고기. 소고기에서 지방을 뺀 맛이다.
혼자 온 주제에 우아하게 먹고 싶어서 시킨 칵테일. 대충 시켜서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기가 굉장히 질기다. 입으로는 징걸징걸 고기 씹고 손으로는 먹던 음식 찍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주방장들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캥거루가 어떤 맛인지 굉장히 궁금했는데 생각보다는 별로다. 지방은 거의 없고 살코기만 있어 소고기와는 씹는 맛이 전혀 다르다. 소고기처럼 고기여도 부드러워서 입에서 녹는다고 생각되는 씹는 맛을 좋아하는데 질겨서 껌 씹듯이 꽉꽉 힘줘가며 씹어야 한다. '고기를 어떻게 구워줄까'하고 물었을 때 무난하게 미디움 레어라고 했는데 더 맛있는 맛을 내는 굽는 정도가 있을 것 같다. 여기 살면 여러 번 시도해서 그 맛을 찾겠지만 다음에 출장이든 여행이든 오게 된다면 다른 것도 먹어봐야 하기 때문에 그냥 소고기 스테이크 시킬 것 같다.
킹즈 크로스로 돌아오는 길
시드니 타워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같은 길로 가기 싫어서 하이드 파크를 통해서 숙소로 돌아갔다. 앞은 세인트 메리 성당.
처음 보는 나무들 사이로 걸어서 숙소로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