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는게 어찌 될지 알 수 없다는 말을 많이 보고 듣는데 유난히 이번 출장은 신기하게도 끈이 계속 이어진다.
이번에 출장 온 일의 성격이 다른 회사들과 한 자리에 모여서 올바른 방향으로 개발이 되는지 서로 확인하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경쟁하는 회사들도 만나고 서로 눈치보다가 인사도 하고 같이 점심도 먹는다. 양부장님이 계셔서 다른 회사 사람들과는 점심먹을 때 잠깐 이야기하고 헤어질 때쯤 인사만 드리는 정도로 끝냈다. 사실 다시 볼 사람들이 아니란 생각에 적당히 하고 왔다는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런 속물같은 생각에 일침이라도 가하듯 같이 회의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오페라 바'에서 다시 만났다. 한국 여자인 'A'양과 (허락없이 성함을 말 할 수 없으니 A,B로..) 중국인 'J'군(양과 군이란 호칭도 나이를 밝히긴 힘드니깐..)이 바에서 칵테일을 홀짝이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회사 안에서야 다들 정신없으니 서로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만 이렇게 타지에서 쉴 때 만나니 너무 반가워서 옆에 앉아 버렸다. 각자 회사 생활도 이야기 하고 J같은 경우에는 시드니에서 회사생활를 해서 여기서 사는게 어떤지 이런저런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용완이를 만나기까지 세시간 정도를 같이 돌아다니기로 했다. 혼자 세시간을 어찌 보낼까 했는데 내 입장에선 정말 다행이다. 이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ㅎㅎ
록스 시장
J가 추천한 일명 'J 투어'의 다음 코스는 록스 시장이다. 차가 다니지 않는 길에 시장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미 한 번 시드니를 여행한 A는 '그냥 인사동처럼 차만 안다니는 곳이에요'라는 시니컬한 평을 내렸다. '그래도 시장인데, 사람 냄새가 가장 많이 나는 시장인데, 그 지역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으면 가라고 하는 시장인데, 설마 별로겠어?'라는 생각으로 J 투어 시작.
J투어는 100프로 도보 여행입니다.
둘의 말에 따르면 내가 본 왕립 식물원과 오페라 하우스 그리고 록스를 묶으면 산책하기 좋은 관광코스라고 한다.
가던 길에 본 현대 미술관에 쓰인 글귀. 글귀를 보고 땡겨서 들어가야 하지만 실패. 우린 그냥 가던 길을 걸었다.
록스 시장 도착
대개 이런 수공예품을 팔거나 중국산 기념품을 판다.
다들 점심을 안먹어서 도착과 동시에 밥부터 먹었다. 어제 오늘 독일 음식!
가격은 8불 10불 이런데 줄이 정말 길다. 노상에서하는 음식점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저 고기 굽는 냄새를 한 번 맡으면 이성따위는 이미 없고 오직 소시지만을 원하는 소시지 좀비가 된다.
뭐 핫도그 먹는 법이야 거기서 거기지. 핫도그 받아서 그냥 눈에 보이는 소스를 쭉쭉 바르면 끝이다.
인사동 아니.. 록스 시장답게 걷는 것이 가장 좋은 투어 방법이라고 한다.
솔직한 말로 왜 그리 시니컬하게 말했는지 알 것 같다. 정말 차가 안다니는 것 외에는 그리 특별한 것이 없다. 시장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물건은 관광객을 위한 것이었으며 시드니 사람들의 사람 냄새는 여기서 맡을 수 없었다. 그래도 길에서 쭈그리고 앉아 먹는 독일식 소세지는 출장이 아니라 배낭여행에 온 기분을 조금이나마 전달해 주었다. 록스 시장은 아쉽게도 지금은 소세지 말고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념품을 사기에는 확실히 좋은 곳이지만 꼭 가야할 곳은 아니다.
더 록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