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덕에 무료로 중요 건물에 대한 역사와 현재를 들으며 관광을 했더니 벌써 해가 저물고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우선 호텔로 돌아와 사온 짐들을 두고 나오는데 용완이가 시드니에 5년간 살면서 킹즈 크로스에 처음 왔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1년 전에 동양인 학생이 맞아 죽은 사건도 벌어지는 등 사고가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곳 정도로 들었지 올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한다. 나 그렇게 위험한 곳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다녔던건가...
이 부근은 전혀 와보지 않았으니 당연히 아는 밥집도 없겠다 싶어서 별 생각없이 호텔 앞에 있는 우리나라 대형 호프집 같이 생긴 곳에 갔다. 그런데 이게 왠일? 들어가려는데 경비가 사진을 찍고 민증을 복사한다. 여기 겉에서 보는 것과 달리 퇴폐업소인가 했는데 스포츠 도박을 겸하는 바여서 그렇다고 한다.
용완이의 부연 설명에 따르면 호주사람들이 그렇게 도박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저 좋아만 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하다. 호주 국민이라면 일을 하지 않아도 실업수당 등이 나오기 때문에 먹고 사는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박으로 인해 그 돈을 날리고 거리에 나앉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국민성이 도박을 좋아하는 것이라니 좀 놀랍다. 경제적으로 부족한 나라라면 이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부족함이 없어보이는데... 역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베가스
공항 출입국 심사대를 거친 느낌의 입장을 하고 우리는 '호주에 왔으니 스테이크를 먹어야지'하며 스테이크를 시켰다. 대충 양이 많을 것 같은 티본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와우! 맛이 정말 좋다. 사실 스포츠 도박하는 곳이라 티비에는 경마랑 크리켓이 쉴 새 없이 나오고 시끌벅적하게 소리 지르는 분위기라서 맛은 기대도 안했는데 내 편견을 한 방에 없애버리는 스테이크가 나왔다. 그냥 대충 스테이크 굽고 마트에서 산 소스 뿌린 것 같은데 이 정도 맛이라니. 대단하다.
겉보기엔 참 별 것 없어 보이지만 정말 맛있다. 역시 스테이크는 소고기가 어떤지가 중요하다.
호주에서는 이런 맥주집에서 저녁을 먹는 것이 흔하다. 우리로 따지면 삼겹살을 먹는 정도의 외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밥집과 술집이 구분되어있는 나라에서 와서 이해가 그렇게 잘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스테이크라하면 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약간 심호흡하며 주문해야 할 것 같은데 여기서는 가정식 백반 시키듯 스테이크를 시키니 정말 어색하다. 개인적으로 문화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음식이 가장 사람한테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같다.
지도에도 안나오는 곳의 티본 스테이크가 한국 유명 맛집만큼 맛있는 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