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타보지 못했지만 그만큼 파도와 사투를 벌였기 때문에 뱃속은 이미 밥 내놓으라고 꼬르륵대며 시위를 벌인지 한참 지났다. 어디서 밥을 먹을까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저~기 어디서 많이 본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엇! 여기서 또 뵙네요!"
시드니에 오면 첫 휴일엔 오페라 하우스 가고 그 다음 휴일에는 본다이 비치를 가야 한다고 책에 쓰인 것도 아닌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렇게 A와 J를 만나는게 참 신기하다. 사실 헤어지면서 다시 못 볼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게 무슨 인연인지 참 대단하다. 게다가 이 넓디 넓은 본다이 비치에서 보다니 생각하면 할 수록 신기하다.
이 신기한 만남을 축하하기 위해서 바바리안 비어 카페에서 다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은 여기
이 레스토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침 일찍 본다이에 도착한 나는 호텔에서 아침의 신성한 의식을 치루지 않아 급똥이 마려웠다. 한국에서처럼 공중 화장실을 찾았는데 용완이가 호주에서는 아무 레스토랑이나 들어가서 화장실 좀 쓰겠다고 하면 된다고 한다. 아니 유럽은 화장실 한 번 쓸 때 마다 1유로인가 하던데 공짜라고? 이렇게 착한 사람들을 봤나. 나는 정신이 점점 혼미해져 갔기 때문에 "Can I use toilet?"이란 말을 하자마자 안쪽에 있으니 쓰라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막 가게를 오픈하기 위해 청소를 하던 곳이라서 눈치가 정말 심하게 보였지만 그런게 중요할 때가 아니었다.
그렇게 아침의식을 치루게 해준 곳에서 점심 정도는 먹어줘야 예의인 듯하여 일행을 이끌고 들어갔다. 어쩌다보니 또 독일 맥주와 음식을 파는 곳이다. 그제서야 '바바리안'이란 이름이 독일 애들 조상이었다는게 생각났다. 진짜 누가 보면 호주에 와서 독일 레스토랑만 골라서 다니는 것처럼 보겠다.
배가 너무 고파서 사진은 이게 전부다. 허기때문인지 정말 맛있는지는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맛있고 급하게 먹었다. 독일 레스토랑답게 맥주는 '호프브로이하우스'다.
우연한 인연들과도 이제는 정말 안녕인가보다. 두 번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덕분에 쓸쓸한 출장이 재밌는 관광처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