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바라본 본다이 비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둘이 여기서는 꼭 서핑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아침 일찍 바다에 가서 서핑을 하려고 술도 최소한으로만 마시면서 컨디션 조절을 했다. 드디어 결전의 아침.
가자 본다이 비치로!!
하지만 이런 나와는 달리 아무리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한다며 서브웨이로 향하는 내 친구. 얘가 친구인지 옆집 아저씨인지 이제 좀 헷갈린다.
밥 먹고 합시다
호주 서브웨이나 회사 앞에 서브웨이나 다른 건 전혀없다. (너무 당연한 말인가...) 아! 하나 다르다면 내가 말하면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점?
하이드 파크에서 버스를 타고 본다이 비치로 갔다. 당당하게 서브웨이 샌드위치 들고 있는 저 아저씨만 따라 다녔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와 버스 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 구글 지도로 확인해 보니 330번 버스인 것 같다. 가격은 대충 둘이 합해 8달러 냈던가…
이렇게 두리뭉실하게 말하는 이유는 바로 가이드겸 친구님께서 알아서 다~ 해주셨기 때문.
어제와 다르게 시내 버스를 이용해서 가다보니 또 다른 시드니가 보였다. 그 중 궁금했던 것은 바로 저 레인보우 깃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다음주에 열린다는 게이 퍼레이드 때문에 시드니 곳곳에 동성애자를 뜻하는 레인보우 깃발을 걸었단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동성애가 ‘틀림’으로 받아드리고 있지만 호주는 ‘다름’으로 받아드리고 있는 것 같다.(문화적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개인적인 생각으론 우리나라 동성애 퍼레이드는 정상은 아닌 것 같긴하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확실히 여기는 남이 어떻게 사는지와 남이 날 어떻게 볼지에 대해 그리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도착 후 먹는 서브웨이의 맛! 이 별 것 없는 샌드위치도 바다에서 먹으면 참 맛있다.
이 마크 보고 온갖 감탄사를 연발했지만 핸드폰에 잡히지 않는 공짜 와이파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일단, 서핑보드를 빌려야 했기 때문에 지나가다 제일 그럴싸 해보이는 집으로 들어갔다. 가격은 저 앞에 쓰여있듯이 1시간에 15$, 2시간에 25$. 2시간 이상은 무리가 있을 듯하여 딱 2시간만 빌렸다. 샵은 여러 개이지만 가격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딱히 고를 필요도 없어보인다.
샵에는 여러 종류의 보드가 있지만 초보자인 우리에게 이런 보드는 그림의 떡. 당당하게 “Board For Beginner!!”를 외쳐서 소프트 롱보드를 빌렸다. 아, 빌릴 때 신분증과 신용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여권이나 여권사본과 신용카드를 꼭 챙겨가도록 하자.
그리고 누구처럼 자기 이름을 헷갈려서 도둑으로 오해 사지도 않아야 한다. 아니.. 지 이름을 못알아보고 남의 신용카드로 결제를 시도해서 도둑으로 몰리는게 말이돼? ㅋㅋ
비장한 마음으로 걸어간 비치.
비장하게 바다를 향해갔다. 어떻게 바다에 들어가서 언제 파도를 탈 것인지 전부 머리 속으로 그려보았다. 확실한 준비운동을 마치고 두 시간동안 파도와 하나가 되기 위해 바다로 뛰어 나갔다.
그리고 단 한 번, 정말 단 한 번을 일어나지 못하고 파도와 하나는 커녕 빨리 바다에서 꺼지라고 파도나 밀어낸다. 파도가 낮았다는 핑계를 대고 싶었지만 우리 빼고는 전부 다 잘 타고 있었다. 이상하다... 발리서는 잘 일어나서 탔는데… 두 시간동안 어떻게든 한 번 해보겠다고 용을 써봤지만 결과는 비참하다 못해 창피해서 서울로 돌아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내 서핑 보드 위에도 올라탄 발자국 하나 없고.
결국 육지에서 폼 잡기. 쪽팔려도 이거라도 해야했다
바다에 패배한 자.
비록 파도는 한 번도 못탔지만 이 해변만큼은 너무도 좋다. 처음으로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