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 콰이 보타닉 가든 리조트
어제 장시간 차를 타고 와서 그런지 다들 늦게 일어난다. 강쪽으로 난 문을 여니 콰이강이 잔잔히 흐르고 있다. 이전부터 이런 광경을 상상을 하기는 했지만 직접보니 강 위에 세운 집보다 운치있는 장소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밤에는 소리로 매력을 보였다면 아침에는 시각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리조트이다.
물 위에 떠 있는 집이 여러 채 있다. 물론 땅 위에 있는 집도 있다.
태국 건물이라면 그 안에서 항상 보게 되는 불상. 오고가는 모든 태국 손님들이 기도를 드린다.
순식간에 지나가서 확인 못했던 리조트의 이름은 "리버 콰이 보타닉 가든 리조트" (River Kwai Botanic Garden Resort).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차가 없이 가기는 힘들다.
콰이강의 다리
오늘 여행 할 곳 중 첫번째 목적지는 "콰이강의 다리"다. 옛날에 주말의 명화에서 해주던 "콰이당의 다리"를 반쯤 졸면서 봤던 기억이 있긴했지만 오기 전까지는 도대체 여길 내가 왜 와야 하는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영화도 엄청 재밌어서 한 번 보라고 할만한 것도 아니고 그냥 미국인들이 개고생하는 영화다. 뭐 이런 미국 짱짱맨 영화를 좋아하면 모를까 내 취향은 전혀 아니라서 콰이강의 다리를 방문하는 동기 부여가 전혀 되질 않는다. 그래도 내가 여행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는 것도 아니니깐 일단 닥치고 따라가야지.
영화에서 고생했던 아저씨들을 위한 기념비가 여기저기 각 나라마다 있다.
이제는 주요한 관광지가 되었지만 몇몇 백인들은 역사를 기억하는지 침울한 표정으로 지나가기도 한다.
콰이강의 다리 터치!
다리를 건너면서 어떤 부류는 꼼꼼하게 관련 내용이 적힌 프린트나 책을 보고 아니면 나이 많은 분이 자식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 우리? 우리는 뭐 그냥.. '앞에 다리가 있으니 한 번 걸어가주마'란 생각으로 걷는다.
다리 끝에 다다르니 바이올린 하나 들고 버스킹을 하는 터줏대감인 듯한 연주자가 있었는데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어디로 가면 칸차나부리를 느낄 수 있는지 가이드도 해주고 신청곡이 있으면 연주하면서 같이 노래도 불러주신다. 그러더니 날 보고 "안녕하세요" 라고 하시더니 아리랑을 한 곡조 뽑아주셨다. 한국말 한 마디 하지 않았는데 척 보기만 해도 한국사람인지 알 수 있으신가 보다. 연주도 좋았지만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장난치며 호응을 이끌어 내고 그렇게 친해진 관객에게 더 편안한 음악을 들려주는 모습을 보고나니 내가 본 예술가 중에서 가장 음악의 본질을 잘 이끌어 낸 사람처럼 보인다.
중국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 여러 나라의 기념비가 있었지만 한국인을 위한 희생비는 보지 못했다.
2차 대전 때 만들어진 다리여서 그냥 기념하려고 뒀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기차가 다닌다. 물론 이 구간은 관광의 의미가 강하지만 아직도 기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는게 신기하다. 전쟁통에 급하게 만들었을텐데 아직도 움직이다니...
멀리서 기차가 온다.
정말 기어가듯 천천히 오는데도 쫄아서 시선은 카메라를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2차 세계대전과 얽힌 다리인데다 여기저기 각 나라의 기념비가 있다보니 현실을 생각 안할 수 없다. 매국노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그 이후에 바로 냉전이 펼쳐지면서 우리나라만 기형적인 구조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기념비 하나 있고 없고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 대한 작은 반영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한 것이 없어지지가 않는다. 다들 자기 나라의 기념비 앞에서 역사를 설명하느라 바쁜데 그 모습이 참 먹먹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