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빵집, 오월의 종-문 열기 전에 줄이 생기는 곳, 줄만 봐도 맛집인 빵집 20151114

이태원 빵집, 오월의 종-문 열기 전에 줄이 생기는 곳, 줄만 봐도 맛집인 빵집 20151114

Foodie/커피 마시며 수다 떨고 싶을 때

2015-12-13 13:04:55


이태원에 맛있는 집이 많은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빵집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여자친구가 오월의종에서 만든 빵을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11시 오픈 전에 가서 줄을서고 세시간이면 다 팔린다고 겁을 줬다. 무슨 빵에 마약이라도 탔나 오픈도 하기 전에 줄을 서고 빵이 세시간만에 다 팔릴까하며 솔직히 안믿었다.경기도 촌아가씨가 서울남자 속일라고 뻥치나보다 하고 11시 오픈에 맞춰서 집 근처에 있는 빵집으로 갔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난 우리동네 살면서 그 맛있다는 브런치 집들에 점심먹으러 가도 15분 이상 기다린 적이 없다. 더군다나 이렇게 줄서서 기다리는건 자이로드롭 타겠다고 줄 서는 것말고는 본적도 없는 진풍경이다. 이쯤되니 도대체 얼마나 맛있을까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과연 빵을 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서게 된다.

여자친구가 '무화과 호밀빵'을 주문한 것 외에는 뭘 사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일단 눈에 보이는 족족 담자라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기다렸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태원을 이 지경으로 만드는게냐


드디어 사람들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들어가고 10분 후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빵을 양손에 한가득 들고 나온다.


크리스마스 기간에만 파는 '슈톨렌'을 다들 하나씩 들고 온다.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뜯어먹는 빵이라고 한다. 하나에 2만원임에도 저렇게 쓸어 담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나도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두 개 집고 쇼핑 시작.


무려 30분이나 지나고 나서야 드디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빵 고르는데 집중하느라 빵집 안에서 찍은 사진은 달랑 요거 하나다.

가게 안에 들어가게되면 앞에 내가 사고 싶은게 있다고 앞으로 나갈 수 없는 구조다. 가게 안에서도 빽빽히 줄을 서기 때문에 내 앞에 있는 빵을 사거나 안사거나만 정할 수 있다. 뷔페랑 같은 구조라고 생각하면 딱 맞을 것 같다. (물론 뷔페도 앞으로 새치기는 할 수 있지만 정상적으로 생각해서) 입구에서부터 계산대까지는 5m도 되지 않지만 약 20분 정도 지나야 다 돌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지나간다. 그동안 사람들은 무엇을 하느냐? 내가 좋아하는 빵을 앞사람이 집지 않길 바라며 뒤에서 무섭도록 레이저를 보낸다. 정말 재밌는 공간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에 빵이 이만큼 있다!!! 빵 떨어질까 무서워서 골랐을 뿐인데.. 그 와중에 빵값이... 어우

힘들게 빵 샀으니 이제 시식시간. 절반만 들고 나와서 조공을 바쳤다.

슈톨렌


처음은 너도나도 쓸어담기 바빴던 '슈톨렌'. 무려 2만원이다.


비싼 가격만큼 포장이 잘되어 있다.


밖에서 먹을 수 없어보여 집에서 열었는데 왠 돌덩이에 달달한 가루가 묻혀져 있다.

이쯤에서 보는 먹는 법 및 특징. 마켓컬리 슈톨렌 소개

6개월이나 보존이 가능하고 만드는데는 1년.. 2만원인 이유가 있다. 일단 쓰인대로 상온에 좀 둔 뒤에 얇게 썰어서 시식.


처음 씹으면 과자를 씹는듯 하다가 곧 부드러운 빵이 느껴진다. 그 뒤에 아몬드같은 곡물이 입에 씹힌다. 맛은 겉에 굉장히 달달한 가루와 속의 퍽퍽한 빵이 오묘하게 잘 맞는다. 다음에는 썰어놓고 상온에 뒀다가 먹어봐야겠다.

무화과 호밀빵


무화과 호밀빵

난 무화과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걸 이렇게 듬뿍 넣어주니 맛이 없을리가 없다. 다른 가게들이 파는 무화과 빵은 잼처럼 으깨서 넓게 퍼트려 조금 넣은 것을 가릴려고 하는데 비해 빵은 데코레이션일뿐 속이 무화과로 꽉 차있다. 정말정말 추천한다. 가게 가장 끝에 있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건자두 호밀빵


건자두 호밀빵. 이건 여자친구가 좋아했다. 여자들이 건자두를 좋아한다면서 개눈 감추듯이 홀라당 한개를 쏙 먹어버린다.

포카치아


포카치아. 레스토랑에서 식전빵으로 주는 그 빵이다. 올리브 오일이 있어서 같이 먹었으면 딱 좋았을텐데 카페에서 주섬주섬 먹느라 그런 호화는 누리지 못했다. 1/4만 촬영했는데 그 이유는 대충 찍고 빨리 먹으려고.


이렇게 먹고도 아직 빵이 이만큼 남아있다. 도대체 난 무슨 짓을 한걸까..


빵을 좋아하지만 빵이 촉촉하고 어쩌고하는 설명을 잘 못하는 병(블로그 이름이 괜히 '감수성과 글쓰기 능력이 부족한 개발자'가 아니다)이 있어 자세히는 알려줄 수 없지만 오전 11시에 사람들이 빵 한 번 먹겠다고 줄을 서고 구매까지 약 1시간이 걸리는 시간을 묵묵히 견디는 것만으로도 맛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맛이 없어도 이 정도면 맛있다고 해야 혓바닥 의심을 안받는다.

다만, 너무 오래 기다려서 사람들이 약간 예민하다. 그 와중에 강아지 데리고 가게에 들어가려는 정신 놓은 여자도 있다. (어떤 어르신이 안된다고 하니 안들어갈거라고 싸가지 없게 말한다. 그냥 싸가지가 없는 여자인듯.. 남편의 얼굴에 어두움이 가득하더라) 이 외에도 등산폴로 나오는 사람 치는 아저씨 등등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뒤섞여 있어서 다들 나올 때 한숨과 탄식을 내뿜으며 나온다.

왠만하면 가보라고 하겠는데 이 집만큼은 정말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라도 맛있는 빵을 먹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한다. 아니라면 불쌍한 남자들에게 주문하면 된다. 참고로 대기인원의 30%는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고 멀뚱멀뚱 서 있는 아저씨들이었다.

PS: 2호점도 있습니다. (2호점에서 산 슈톨렌 중 하나에 손톡 두마디 정도 되는 머리카락이 들어가 있네요... 아주 우연히 한 번 발생한건지 제빵할 때 모자를 안쓰고 위생을 대충하는지 알 수 없지만 저는 본점 이용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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