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꼬막의 계절이다. 꼬막이 제철이라 신사동에서 의심없이 한 번 먹었다가 비린내 나는 꼬막만 잔뜩먹고 기분 상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꼬막은 그냥 신선한거 사다가 삶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그게 파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가 보다. 그래서 올해 두 번째 꼬막집은 신중하게 추천을 받았다. 여러 유명한 집 중에서 광화문 금천교시장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서촌 계단집에 갔다.
서촌 계단집
금천교 시장이 작고 좁은 길을 가지고 있지만 경복궁 역과 버스 정류장이 바로 앞에 있어서 접근성은 정말 좋다. 시장이 대로에 있지 않기 때문에 밖에서는 잘 찾기 어려우니 일단 안 쪽으로 들어가 본다.
정말 작은 서촌 계단집.
서촌 계단집을 찾는법. 시장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에 가면 된다. 대기줄이 길기 때문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확장을 하셨는지 길 양쪽으로 음식점이 바라보고 있다. 한 20분정도 밖에서 떨고나니 자리가 났다.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건 가게가 정말 작다는 것이다. 정말 작다. 진짜 반복해서 쓸 정도로 작다. 좁기때문에 지나가다 부딪히는 것은 다반사고 먹다가 옆사람 치는 일도 충분히 벌어진다. 하지만 다들 맛있는게 앞에 있어서인지 별로 짜증도 안내고 먹는데 집중한다.
농담 아니라 진짜 좁다.
기본 서비스인 홍합
처음 나오는 서비스라고 하지만 돈받고 홍합파는 곳보다 훨씬 낫다. 기본 서비스로 소주 한 병을 비워버리는 테이블이 많이 보인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아주머니께 부탁하면 계속 주신다. 아주머니들께서 왜이리 친절하신지 미안할 정도다. 음식만큼 중요한게 종업원들의 서비스인데 아주머니들께서 농담을 자주 하시면서 물이나 음식 달라고 할 때 최대한 빨리 가져다 주신다. 공간이 좁아서 인지 몰라도 서비스를 최대한 친근하게 하셔서 공간의 불편함을 없애려고 노력하신다.
처음 온 집이라 뭘 먹어야 하나 이리 저리 눈치를 보니 참소라의 비쥬얼이 장난이 아니다. 원래 먹기로한 꼬막에다 참소라 플러스로 결정! 밖에서 기다린 시간에 비해서 주문한 음식은 빨리 나왔다.
먼저 나온 참소라 되시겠다. 주문할 때 보니 거제도에서 온 애들이란다. 한 입 먹어보니 정말 너무너무 쫄깃하다. 아주머니가 정말 몇 번 소라를 삶아보셨는지 몰라도 얼마나 지겹게 삶으셨으면 이렇게 적당하게 삶았을까 생각이 든다. 와 이건 진짜 너무 맛있다.
곧바로 나온 꼬막. 알맹이 사이즈가 신사에서 먹던 것과 다르다. 크다! 그래 이게 꼬막이지. 진짜 코딱지만한 꼬막에 비린내 진동하던 것을 먹은게 짜증이 다 난다. 신선해서 전부 입벌리고 크기도 크다. 비린내? 전혀 안난다. 해산물을 먹으면서 이렇게 신났던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그리 많이 먹지 않는 둘이 와서 먹다보니 이 집의 유명한 마무리 음식인 해물라면을 못먹었다. 여기는 다시 올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나중에 먹으면 될 것 같다. 정말 겨울에 먹을 곳이 한 군데 더 늘어서 너무 좋다.
이 집을 갈 때 생각해 봐야할 것은 사람수다. 사람 수에 상관없이 들어갈 수 있지만 사람 수가 많아질 수록 오래 기다려야 한다. 네 명이상이 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인원을 적절하게 구성하여 방문하는 것이 좋다. 가격은 메뉴 하나당 2만원 초반에서 후반대인데 가격에는 변동이 있다고 한다.
추가
포스팅 후 여러번 갔는데 점점 사람이 많아지더니 수요미식회에 나온 이후로 사람이 정말 많아져서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말 비싸지만 맛있는 가리비
서촌 계단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바다라면. 라면을 먹으면 곧 일어날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 때부터 다시 시작하는 테이블도 많다.
가격으로보나 공간으로보나 회식하기에는 힘들어 보인다는게 같이 간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랜만에 또 추가
정말 오랜만에 왔지만 여전히 맛있고 여전히 괜찮다. 사람도 여전히 많다.
가격도 아직은 많이 오른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싸다는 소리는 아니다.
항상 먹는 나의 강력추천 메뉴, 왕소라
아주머니 추천으로 먹어본 오징어 숙회. 오징어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다는 것과 먹물이 튀면 망한다는 것을 함께 알게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