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느린 탁발행렬이지만 한순간도 놓치기 싫어서 최대한 카메라로 찍고 까치발 들어서 사람들 뭐하는지 보니깐 기운이 빠진다. 아마 이번이 얘네가 아니라 내가 처음 배고프다고 외친 첫 끼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강렬한 임팩트를 준 탁발이었다. (고작 배고픈 걸로 이 지역 최대 행사를 판단하는게 좀 미안하다)
이 집 인기를 실감케하는 빈 그릇들.
처음부터 여기에 오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배고프다고 하니 바로 이리로 들어왔다. 자리가 50명 이상 앉을 수 있는 큰 식당임에도 거의 다 찼다. 조금만 늦게 들어왔어도 기다렸어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다만, 뭘 파는지는 모르겠다.
뭐라뭐라 하더니 (이젠 묻지도 않는다) 내꺼까지 시켰단다. 오래 기다리지도 않고 음식이 바로 나온다. 이게 뭔가하고 봤더니 죽이다.
너무 배고파서 흔들렸는지 확인도 안하고 바로 먹기 시작했다.
내가 태국에서 제일 맛있게 먹은 밥인 것 같다. 처음으로 바닥까지 긁어 먹었다. 물론 향이 강한 생강이 있었지만 빵까지 찍어먹는 독특한 브런치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이 음식의 정확한 명칭은 쪽. 영어로는 Jok이라 쓰고 태국어로는 โจ๊ก 이다. 찾아보니 가게마다 죽을 쑤는 정도와 고명으로 같이 곁들이는 재료가 가게마다 다 다른 것 같은데 이번에 간 집은 상당히 나랑 잘 맞는다. 'Morning Jok'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아침에 자주 먹는 음식 중에 하나이다. 태국식 브런치랄까?
정말 조금만 늦었어도 기다릴뻔 했다.
위치는 몬다리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거리에서 오른쪽에 있는 집이다. 저 녹색 간판을 찾아가면 찾을 수 있다.
다 돌고 이제 숙소로 돌아가나 싶었는데 갑자기 금붕어랑 자라를 산다. '설마 이걸 가지고 집에서 키우려고 사는건 아니겠지'란 생각이 들면서 그럼 도대체 왜 사는지 너무 궁금했다. 애들이 뭐라뭐라 설명하려고는 하는데 어려운 개념이 들어가는지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더니 결국엔 그냥 따라오란다. 모르면 그냥 따라가야지... 내가 뭐 여기서 힘이 있나.
뭐지.. 요리 재료는 아닌 것 같은데.
멍 때리면서 가라는대로 가고 오라는대로 왔더니 물가다. 아! 방생하려고 하는구나!! 그래 이건 좀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어쩐지 계속 "good karma"를 반복해서 말하더라.
불교에서 말하는 생명을 구하면 그 만큼 나의 좋은 업보가 쌓인다는 것을 행하기 위해서 자라와 물고기를 사서 물에 놓아준다. 나도 두 마리 사줘서 풀어줬는데 풀어주다 나도 같이 물에 방생될 뻔했다. 방생하기 전에 살 좀 빼야지 중심을 못잡네.
송크란에 맞춰 태국에 왔음에도 물싸움은 못해봤다. 그래도 송크란에 맞춰 온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카오산에서의 물싸움이 스트레스 풀기 좋은 놀이라면 몬 다리에 온 덕분에 신성한 태국을 한 없이 느끼고 간다. 이 이국적인 다리에서 일어난 반나절의 기억은 두고두고 곱씹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