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에서의 마지막 식사
3박 4일간 태어나서 처음보는 장엄한 광경을 선물해준 바이칼 호수를 등지고 이르쿠츠크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정류장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이 장면을 잊지 않게 해달라고 또 빌었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맑고 깊은 호수에서의 날들이 사는데 힘이 되기를 또 빌었다. 마음 속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데 버스가 도착했다. 도착한 버스 뒤에는'이스타나'가 적혀있고 크기가 봉고차같은 것은 호수를 본 후에도 마음 속에 자본주의가 찌들어 있는 우리의 착각일 것이다.
사진은 예쁘게 나오는 버스 정류장이지만 찌린내가 진동을 하는 곳이다
굿바이 바이칼
세계 어디를 가든 남자는 여자의 찍사이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차이겠지만 버스다.
가는 길에 승준이형에게 옆에 친근하게 생긴 아저씨가 말을 건다. 또 걸렸다. 이번에는 '여호와의 증인'에 다니는 사람인가본데 무슨 책을 피면서 형에게 전도를 권유한다. 이 형한테 여행 4일동안 미소를 보여준 사람들은 택시기사, 투어 호객꾼, 도를 아십니까, 여호와의 증인뿐이다. 도대체 러시아 사람한테 이 형은 어떻게 보이는걸까? 진짜 뒤에 이들만 볼 수 있는 호갱 광채라도 나는걸까? 나만 있어도 여행이 시트콤인데 이 형까지 있으니 앞 날이 예측이 안된다.
러시아, 그것도 한참 시골인 이르쿠츠크 가는 버스 안에서 여호와의 증인을 만나고 있는 형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르쿠츠크에서 즈멘스카야 수도원을 걸어서 가야 했지만 내 등과 배에 붙어 있는 초등학생 한 명 몸무게의 짐 보따리들이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는다. 이르쿠츠크에 와서 버스 기사가 내리라고 한 뒤, 현재 위치를 찾고 나가야 하는 방향을 찾는데까지 약 30분을 걸어다녔고 그 후부터는 점심을 먹기 위해 괜찮은 레스토랑이 어디에 있을까 걸어가면서 찾는데 한 시간을 썼다. 짐이 많아 천천히 걷고 30분정도 걸으면 10분을 쉬어야하는데 승준이형은 짐이 가벼운지 걸음걸이가 빠르다. 아니다. 생각해보니 이 형은 체력이 워낙에 좋았다. 러닝도 주기적으로 하고 심지어 똥배도 없는 사람인데 나랑 같은 기준에 두는 실수를 했다.
한 시간정도를 쉼 없이 걷는바람에 가방 앞뒤로 땀이 가득하고 어깨가 내려 앉으려고 하는 것 같고 무릎도 뻑뻑한 느낌이고 하늘이 뿌연건지 아님 내가 정신이 나간건지 노랗다.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살아가면서 각자의 짐에 맞게 걸음을 딛고 옆에 같이가는 사람들과 그 호흡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 모두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속도를 남에게 요구하며 늦으면 비난하고 무시했던가. 또한, 뒤쳐지는 것 같아 천천히 가자고 말 못하고 남의 눈치에 맞춰 힘들게 살았던가. 사람마다 각자의 속도, 체력이 있으나 다들 자기 기준에 맞추고 모든 것을 평가한다. 그리고는 팀워크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오늘은 걸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고 있다.
이르쿠츠크 도착
거기 서라는 말이 목젖까지 나왔지만 갈 길이 멀어 할 수가 없다.
허리 아파 죽겠다. 빨리 기차에 누우면 좋겠다.
경비 (1인당)
- 방 변경 추가 비용 50R
- 버스 150R
- 점심 150R
레닌 커피 108R 형이 삼- 물 61R, 빵 17R = 88R
저녁 알 수 없음 형이 삼- 기차 6,922R
- 샤워 100R
총 경비 7,460R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11,956R + $5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