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점심에 거지 동냥받은 만큼 먹고 정승처럼 돈을 써서 저녁도 대충 때우고 걸어서 체르스키 전망대를 올라 지칠대로 지쳤다. 결국 고픈 배를 안고 8시정도 잠이 들었는데 그러면서도 오늘 일출을 찍기 위해 알람을 맞춰놓았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남기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매일 옮겨가는 장소에서 일몰이나 일출을 타임랩스로 찍는 것이다. 하지만 초보자에게 위치와 지리적으로 해가 늦게 떨어지는 것은 계산하기 어려운 난해한 문제였고 매일같이 실패하다 3일만에 촬영에 적당한 장소와 정확한 시간을 계산해 냈다. 안타깝게도 이런 정확한 계산은 떠나기 바로 전 날 알아냈고 남은 기회는 오늘 일출 하루 뿐이다.
해 뜨는 시간을 확인하고 일어나기를 새벽 세 시 반. 멋진 것 하나 찍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코니로 나가보니 땅이 전부 흰색이다. 이슬이 전부 얼어서 눈이 온 것 같이 되었고 이슬을 얼릴 정도의 추위는 피부를 지나 머리 끝을 강하게 자극한다. 이번 한 번 밖에 안남았는데 입에서는 지칠새도 없이 뜨거운 입김이 뿜어져 나온다. 호기좋게 세운 체르스키 전망대에서의 촬영이 불가항력적인 자연환경 앞에 망하기 전이다.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살면서 몇 번의 회의를 했지만 오늘처럼 답도 없는 회의는 몇 번 없다. 내부회의 둘뿐이지만 끝에 최대한 껴 입고 가보겠다고 준비를 하였다. 준비하는 동안 로비를 몇 번 왔다갔다 했더니 지키던 경비가 '저 놈들이 지금 무슨 미친 짓을 하려는건가' 싶어서 졸린 눈이 두 배 커진 놀란 눈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준비했다.
준비를 다하고 호텔 밖으로 발을 떼보니 생각보다 추위는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칠흑같은 암흑이란 말이 이럴 때 쓰이나 싶을 정도로 장님이 된 것처럼 눈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작은 플레쉬를 하나 들고 나섰지만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빛마저 어둠에 잡아 먹혀 눈 앞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오늘은 흐린 날이라 달빛의 도움마저 받을 수가 없다. 그래도 마트 간다고 여러번 길을 나선 덕분에 마트 근처까지는 그래봐야 500m 무사히 걸었다.
이제부터는 산길. 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앞에 산길이고 떨어지면 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웃으며 돌아가기는 힘든 절벽이 있다는 것정도는 이미 파악하고 있다. '이대로 포기해야하는가?'에 대한 내적고민 끝에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시간을 보니 이 모든 고뇌와 판단은 10분만에 결정됐다. 그냥 겁먹고 10분만에 호텔로 돌아왔다
결국 돌아와서는 100루블 더 준 방에서 일출은 아니지만 해가 떠서 변하는 바이칼 호수를 타임랩스로 찍고 괜히 일찍 일어난 것을 늦잠으로 보상 받았다. 그래도 이번에 찍은 타임랩스는 그나마 만족스럽네.
경비 (1인당)
- 방 변경 추가 비용 50R
- 버스 150R
- 점심 150R
레닌 커피 108R 형이 삼- 물 61R, 빵 17R = 88R
저녁 알 수 없음 형이 삼- 기차 6,922R
- 샤워 100R
총 경비 7460R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11,956R + $5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