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반 동안의 셀프고행 끝에 호텔에 도착했다. 오는 내내 옆에서 출렁이며 있던 바이칼 호수를 제대로 보기 위해 짐을 내던지자마자 호텔에서 리스트비얀카로 택시타고 이동했다. 이 얘기는 우리 호텔이 지리적으로 리스트비얀카 밖에 있다는 소리다. 호텔에 이야기해서 콜택시를 불렀는데 택시 어디에도 "TAXI"라던가 미터기가 있지 않다. 우버인줄 알았다. 2차선에서 100km로 달리는, 쫑알쫑알 하던 말을 멈추게 하는, 사람이 앞에 나오면 브레이크를 끽~ 밟는, 앞 유리창은 거미줄처럼 다 깨진, 택시 타고 3분만에 리스트비얀카에 도착했다. 그 개고생을 해서 갔는데 차 타고 3분만에 돌아오니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리스트비얀카는 굉장히 작은 호수 마을이다. 마을 끝에서 끝이 보일 정도로 작은 마을에 큰 시장은 하나뿐이고 먹을 것 샤슬릭과 블로프 을 파는 노점 레스토랑과 여러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 여기서는 excursion이라 부른다 작은 여행 관련 가게들이 눈에 띈다. 지금이 러시아 승전 기념일 연휴 기간이라서 휴가로 온 사람들이 꽤 많이 있는데 이 중에서 특히 어린 애기들이 많이 보인다. 이 좁은 동네가 전부 다 놀이터인 것 마냥 어디서든 애기들 노는 모습이랑 웃는 소리로 가득한 모습이 바이칼 호수만큼 기분 좋게 해준다.그렇다고 배고픈게 없어지진 않았다
호텔에 당도하기 위해 너무 열심히 걸은 탓에 체력도 바닥이고 위벽은 서로 키스하기에 이르렀다. 바이칼이고 나발이고 저녁부터 입에 쑤셔넣어야해서 당장에 시장으로 움직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을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정확히 지금 내 상황을 보고 지은것 같다. 이렇게 눈 앞에 이 멋진 바이칼보다 샤슬릭 굽는 냄새가 더 좋다니, 난 배고픈 인간보다 배부른 돼지 쪽인가 보다.
저녁은 돼지 샤슬릭, 치킨 샤슬릭, 블로프 그냥 rice로 불린다에 간단히 맥주 한 병 씩이다. 사진 한 번 찍고 이 음식들을 씹어 넘겼는지 그냥 삼켰는지 빠져나간 혼이 돌아오니 이미 음식이 없어졌다. 분명 난 먹은 적이 없는데... 대신, 신기하게도 이제 바이칼이 보인다.
잡내 없앤 양 샤슬릭 다음으로 치킨 샤슬릭이 가장 맛있다.
블로프. 동남아 쌀이라 불리는 날리는 쌀로 만든 볶음밥이다.
바이칼을 보고 돌아가려는데 뭔가 계속 아쉽다. 사람이 하루에 세 끼를 먹어야 한다고 했는데 오늘 두 끼만 먹어서 그런가 보다. 평소엔 두 끼만 먹으면서 이럴때만 삼시세끼를 다 챙겨먹는다 들고 온 경비가 딸려서 오늘은 저녁으로 끝냈어야 했지만 이 눈치없는 위장이 계속 밥 달라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시장에서 오물 두 마리와 양 샤슬릭, 사과맛 나는 배 그냥 사과일 수도 있다 그리고 또 맥주를 사들고 호텔에서 저저녁을 한 번 더 먹고 기절해 버렸다.
바이칼에서 첫 날인데 바이칼은 하나도 안보고 이 동네 음식만 탐방한 날이다.
애 놀래키러 가는데 배경이 과하게 좋다
리스트비얀카
배처럼 생겼으나 사과 맛이 나는 과일을 샀다
리스트비얀카에서 양고기는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을 권한다. 정말 비린내가 장난이 아니다.
훈제 오물
짠 맛이 강한데 나한테는 맛있었다. 통 생선이라 비위 약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해체한 후에 보는 것을 추천하며 통생선답게 비린내가 있어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린다.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맨손으로 살을 뜯어 바로 먹는 야만스럽게 방법이다. 오물은 중간 이상 사이즈부터 먹어야 맛있다. 작은 것 70루블, 중간 80루블, 큰 것 100루블이다.
경비 (1인 기준, 택시, 식사는 2배를 하면 원가)
-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미니버스 50RUB
- 리스트비얀카행 버스 111RUB
- 점심 218RUB
- 택시 85RUB
- 저녁 (돼지 샤슬릭, 치킨 샤슬릭, 블로프, 맥주) 230RUB
- 저저녁 (오물, 배, 양 샤슬릭, 맥주) 635RUB
- 돌아오는 택시 75RUB
- 맥주, 물 121RUB
- 숙소 3일 $26.16
총 1525RUB + $26.16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2,505RUB + $2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