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찍어도 이런 사진이 나오는 바이칼 호수
어제 힘들었던 몸 만큼 날씨가 전체적으로 흐렸다면 오늘은 몸도 날씨도 굉장히 쾌적하다. 하늘에 구름이 거의 없어서 호수 반대 편에 있는 설산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시야가 좋다. 다만 이렇게 좋은 뷰가 있는 호텔 방이 현재 산등성이만 보이는 방보다 100루블 비싼데 그 돈 아끼겠다고 이걸 1층 로비까지 나와서 봐야 한다. 2천원 아끼겠다고 이 좋은 뷰를 포기하다니 병신짓도 가지가지다.
고생고생해서 온 호텔, 아침 조식이 괜찮다고 아고다에 리뷰가 많이 달려서 선택했는데 그 맛이나 보고 얼른 리스트비얀카로 가야겠다.
정말 거리가 먼 것빼고는 다 좋은 호텔이다
청소 중인 맞은 편 방을 보고 깜짝 놀랬다. 저렇게 멋진 뷰가 지금 방에 +2000원이라니
오늘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리스트비얀카에서 하려고 알아봤던 여러가지 액티비티 중에 하나를 오늘 하자고 둘이 의기투합했다. 돈을 아끼고 아끼는 이유가 좋은데서 자는거 먹는거 포기하고 하나라도 더 보고 더 해보자는 것이었다. 오늘처럼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좋은 날씨에 이런 액티비티를 하기로 한 것은 아주 잘한 선택인 것 같다.
문제는 리스트비얀카에서 할 수 있는 액티비티가 꽤 많아서 비교 분석이 힘들다는 점이다. 그 작은 마을에 뭐 그리 많은 여행사들이 있는지 두시간 정도를 이 집 저 집 기웃거리기만 했다. 결정장애를 평소 겪지도 않다가 이럴 때는 신중해지는 두 사람은 점점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에 휩싸였다. 그러다 버스 정류장 옆에 있는 안내센터에서 자기네들도 excursion을 운영하고 있으니 그걸 해보라며 슬쩍 설명하기 시작한다. 사실, 나는 처음에는 별로 땡기지 않았는데 영어가 안통하는 러시아에서 영어로 설명을 해주고 그것도 예쁜 러시아 여자가 그 전부터 택시나 버스도 몇 번 챙겨주면서 우리를 살려준 적이 있는터라 최상위 순위에 랭크되었다.
큰 금액이라 결정하기까지 의견을 모아야했기에 일단 바이칼 옆에서 점심부터 먹었다. 어제 시장에서 먹어봤기 때문에 오늘은 조금 다르게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역시 노점보다 훨씬 고기도 좋고 심지어 가격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멋진 바이칼 옆 테라스까지 있으니 앞으로 레스토랑에서만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배부르고 등따시게 했으니 선택의 시간이 왔다.
이쁜 여자가 설명해 준환 바이칼 레일까지 가는 3시간에 2000루블짜리 보트 여행- 배 밑을 유리로 하여 바이칼 속이 보이는 30분에 550루블짜리 크루즈 여행
- 큰 크루즈 타고 한 바퀴 도는 가장 제대로 된 크루즈 여행
- 가격이 엄청날 것 같아서 물어보지도 않았던 2인승 고속정 여행
밥 먹고 배불러서 그런지 머리가 휙휙 돌아가기 시작하여 1번으로 정하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배부른 것과 무슨 연관인지는 묻지 말자
잠시 호텔에 버스를 타고 다녀왔다. 이 분은 힌두교다. 러시아 정교회만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여러 종교가 같이 사는 곳이다.
이런 쭈구리 자세도 근사하게 해주는 바이칼의 위력
여행안내소에 가서 혹시 다른 저렴한 액티비티가 있는지 물어보려고 "cheaper one?"했더니 좀 싼 투어를 안주고 2000루블짜리 투어를 1500루블로 깎아준다. 나같은 짠돌이는 이럴때 바로 느낌이 온다. 이건 1000루블까지 쭉 깎을 수 있는 호갱 전문 서비스다!! 흐름을 타서 더 깎으려고 했는데 그간 도와준 것도 있고하니 이뻐서는 절대 아니다. 진짜로 그냥 여기서 멈추고 지불했다. 여행안내소에서 하는 투어시스템이 안내소에서 사설보트 하나를 빌려서 운영하는 것으로 한 보트에 많은 사람이 탈 수록 깎아주는 것 같다. 혹시라도 이 곳에서 이 투어를 신청한다면 최대한 인원수를 모아서 가도록 하자 그럼 1000아래로도 깎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너무 한국인답게 굴지는 말자
출발 시각인 2시까지 호수를 보며 기다렸다가 드디어 출발. 역시나 우리만 외국인이고 전부 러시아 사람들이다. 그래도 가이드가 영어를 잘해서 여기와서 가장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나 먼저 러시아사람들한테 설명해 준 뒤 우리만 따로 불러서 하나하나 설명해 주어서 정말 쉽게 질문하며 즐길 수 있었다.
눈 앞에 어마어마한 장관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싶었지만 내 사진 기술이 딸려서 눈으로 본 것의 절반도 못 담았다. 글 쓰는 능력도 딸려서 표현도 못하니 미치겠다. 누가 나한테 얼마나 멋있었냐고 물어보면 '제 경우엔 신에게 배에서 바라본 바이칼과 시안 산맥을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게 해달라고 계속 빌었습니다' 라고 대답해주고 싶다. 5월의 바이칼은 이정도 수식어로도 부족하다.
우리가 타고 간 "샤크호". 민물에 다니는 배 이름이 샤크다.
놀러가는데 이상하게 뒷모습이 짠하다
한 시간 정도를 배를 타고 환바이칼 기차 레일을 보러 왔다. 기차는 하루에 한 번 지나가고 관광용으로 만들어졌다. 공사 중에 많은 사람이 죽은 사연이 많은 기찻길인데 이제는 관광용으로만 다니는 것이 약간 슬프다. 앞은 우리 가이드. 영어를 유창하게 하셔서 설명도 잘 듣고 궁금한 것도 많이 알았다
같이 배 타고 온 일행. 1커플, 1가족
중간에 나오는 터널. 많은 사람들이 이 기차레일을 만들다 죽었는데 시신은 전부 터널에 묻었다고 한다.
눈 앞에 있는 설산이 꼭 신기루처럼 보인다. 저걸 보고 나니 만년설이 쌓인 산에 꼭 가보고 싶어졌다.
도착 후 호텔에 복귀해서 먹은 저녁. 메뉴에 약간의 변동을 주었다. 토마토 수프는 러시아 전통 주식 중 하나인 '보르쉬'다. 토마토 국이 맛있을까? 생각했지만 맛이 상당히 괜찮다.
값 싼 저녁을 이런 풍경을 보며 먹으니 참 기분이 묘하다
곰 세마리 맥주. 우리끼린 곰 가족 맥주라 통용되던 맥주. 부드러워서 굉장히 많이 마셨다.
excursion하길 잘했다고 서로 칭찬하며 집에서 가져온 데낄라와 러시아 공장에서 나온 도시락을 사 먹었다. 데낄라는 버려 버리던가 해야겠다. 러시아 맥주 발티카는 상당히 괜찮다. 적극 추천.
리스트비얀카 팁
- 호텔 바이칼에 묵는다면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것을 권장한다.
- 리스트비얀카에서 가장 좋은 레스토랑은 시장 바로 맞은편에 와이파이가 되는 집이다. 가격도 비싸지않고 음식도 괜찮다. 또한, 말은 안통해도 주인이 잘 챙겨준다.
- 액티비티는 여러 종류가 있다. 러시아에서는 짧은 여행이란 뜻의 excursion으로 통용된다.
- 리스트비얀카 마을 이름은 잘 말해야한다. '나는 게이입니다'와 비슷한 발음이라 게이 취급 받을 수 있다. 정확한 발음은 '리스트뱡카'처럼 들린다.
경비 (1인 기준)
- 택시 75R
- 버스 20R
- 점심 (샤슬릭, 블로프, 생맥주) 360R
- 보트 투어 $27
- 저녁 맥주, 도시락 라면 94R, 양 샤슬릭 305R = 399R
- 택시 75R
- 맥주 110R
- 또 맥주 220R
총 1259R + $27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3,764R + $5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