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도 사진이 다 삭제되었다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고 오늘 가기로 한 트레치아코프 미술관으로 갔다. 여자친구는 어떤지 몰라도 나는 예술 특히 미술과 관련해서는 완벽한 문외한이기 때문에 그림을 보고 감상을 한다기보다 미리 알아보고 확인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오디오 가이드나 책이 중요한데 트레치아코프 미술관의 오디오 가이드는 영어뿐이다. 한 10%정도 겨우 이해했을까. 덕분에 유명한 사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미술품에 집중해서 그림의 표정이나 분위기를 좀 더 본 것 같다.
미술관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고 표시가 되었지만 다들 사진 잘 찍는게 신기하다. 나는 몰래 같이 온 사진 찍었는데 나중에 러시아 친구에게 물어보니 러시아에서는 미술관에서 사진 촬영을 해도 된다고 한다. 사진 촬영 금지 표시가 아니라 플래쉬를 터트리지 말라는 표시라면서 그게 뭐 그리 큰일이냐고 도리어 반문한다. 오히려 "다른 나라 박물관에서는 왜 사진을 못 찍게 하는지 모르겠어"라고 이상해한다. 그러고보니 왜 사진을 찍으면 안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돈 내고 들어왔으니 피해만 주지 않는 선에서 원하는대로 하십쇼'하고 그냥 두는 러시아식 관람이 더 맞을지 모른다. 정말 쿨내가 진동을 하는 러시아다.
하지만, 이런 24시간 쿨 할 것 같은 러시아사람들도 매우 엄격한 룰이 하나 있으니
'절대 퇴근 시간 이후까지 관람하지 말 것!!'
정말 정말 확고한 규칙이다. 우리가 한 시간 전에 들어와서 퇴장 시간에 맞춰 나왔는데 이미 모든 직원들이 자기 짐 챙겨든 상태에서 빨리 나오라고 온 몸으로 외치고 심지어 짐도 왜 이렇게 늦게 가져가냐며 닥달한다. 아직 덜 봤으니깐 안나왔지.. 우리같으면 손님이 왕이라고 그거 좀 늦게 간다고 뭐라 하냐고 하겠지만 모두가 평등한 이 나라에서 손님이어도 내 퇴근을 늦추면 쫓아내 버린다. 뒷정리하는 시간도 없이 우리와 함께 문 잠그고 바로 퇴근한다. 생각해보면 너무 차갑지만 이것도 이렇게 하는게 맞을지 모르겠다.
러시아에서는 무슨일이 생겨도 퇴근 시간 전에 일을 마쳐줘야 한다. 아니면 정말 분노한 러시아인을 보게 된다. 그 모습을 보면 미소없이 날 쳐다보는 시선이 그냥 평범한 시선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경비
- 물 쥬스 135R
- 브런치 632R
- 커피 495R
- 트레티아코프 미술관 두 명 400 * 2 800R
- 가이드 오디오 500R
- 기념품 2399R
- 저녁 1165R
- 케피르 초코 170R 맥주, 물 230R
- 2박 호텔 $99.10
총 경비 6526R + 99.10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30,558RUB + $15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