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로, 다시 기차에 몸을 싣다-5월 20일, 모스크바-To St.Petersburg, Russia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다시 기차에 몸을 싣다-5월 20일, 모스크바-To St.Petersburg, Russia

Foreign trip/16-May:Moscow

2016-07-02 17:40:48



스파르카 모스크바의 홈구장. 지하철 역 가는 길에 있다.

오늘 오후 4시에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차를 탄다. 시간이 넉넉할 줄 알았는데 기차역까지 초행길이고 밖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비가 줄곧 내려 오늘은 특별히 어디 가지 않고 호스텔에서 최대한 늦게까지 빈둥대다가 밖으로 나왔다. 사실 비도 문제였지만 지금 내 몸상태가 그리 좋은 편만은 아니다. 짐이 내가 견딜 수 있는 몸보다 무거운지 오른쪽 어깨가 심하게 뭉친 것처럼 아프다. 최대한 편하게 쉬고 오른손도 최대한 쓰지 않으면 잠시 좀 나아지지만 다시 짐을 짊어지면 30분이 안되서 금방 어깨에 통증이 온다. 그냥 남들처럼 캐리어들고 호텔에서 편히 지낼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시작됐다.

이렇게 몸도 마음도 조금 지친 상태인데 호스텔에서 지하철 역까지는 눈치없이 엄청 멀다. 평소라면 10분이나 15분이면 갈 거리를 비도 오고 짐도 짊어지니 45분정도를 헉헉대면서 겨우 도착했다. 지금껏 생각보다 너무 돈을 많이 써서 최대한 안먹었더니 몸에 힘도 없다. 일단 먹고 보자라고 생각하고 지하철 역 옆에 있는 식당에서 블린과 삐쉬키를 시켜 먹는데 가게 주인이 떽떽거리는 스타일이다. 오늘같이 힘든 날은 참 안좋은 사람과 안좋은 환경이 끈적끈적하게 잘도 엮인다.


음료수부터 시계방향으로 크바스, 블린, 삐쉬키. 삐쉬키 위에 있는 하얀가루는 설탕처럼 단 가루다. 삐쉬키가 20루블 크바스가 85루블정도 한다. 싸게 먹기엔 저 두개만 먹으면 된다.

기차표에 쓰여져 있는 곳이 내가 가야하는 지하철 역인줄 알고 '옥티야브르스카야'로 갔지만 도착하여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여기가 아니라고 한다. (어설프게 러시아어를 읽는게 더 무섭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그제서야 책에서 본 내용이 기억났다. 러시아에서는 내가 가고자 하는 도시의 역으로 가야한다는 사실.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옛 명칭 레닌그라드)로 가야하니 레닌그라드역으로 가야만 한다. '어떻게 온 곳인데...' 라고 허탈해하고 후회할 시간도 없다. 곧 있으면 기차가 출발한다. 정신이 번쩍들어 최대한 이 악물고 전력으로 뛰어가서 '콤소몰스카야역'으로 갔다. 항상 모스크바 지하철을 탈 때마다 '누가 이렇게 빠른 모스크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걷거나 뛸까?' 했는데 바로 나다.

겨우겨우 도착해서 표 받고 기차 안으로 안착.



e-ticket을 샀다 하여도 실제 표로 바꾸는 것이 좋다. 정말 초를 다툴 정도가 아니라면 바꾸고 앞에 세 네명 있다면 내 표를 받는데까지 약 20-30분 걸릴 것이라고 생각해야한다.


이번엔 9번칸이다.


비는 그쳤다.

기차를 타니 운 좋게도 맞은편엔 젊은 커플이 앉아서 도난에 대한 부분은 한결 덜 걱정해도 되서 좋았다. 하지만 불운은 오늘 하루 끝까지 날 괴롭히기로 했는지 내 바로 아래 침대에는 코를 심하게 고는 남자가 누웠다. 토실토실한게 대충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정도로 보였는데 코는 뱃심좋은 아저씨들 저리가라다. 덕분에 근처 사람들이 모두 제대로 못자서 러시아어로 욕인지 짜증인지 뭐라고 조용히 읆조린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러시아든 한국이든.

피곤했음에도 잠을 제대로 못자니 옆 침대 남자애와 이야기를 짧게 나누었다. 놀랍게도 둘 다 프로그래머란 사실에 신나게 '넌 뭐 만드냐?' '이제 뭐가 유행할 것 같으냐?'등 프로그래머들끼리 자주하고 궁금해하는 이야기로 두어시간을 수다를 떨었다. 세상 어디를 가든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는 자기들만의 유대감이 있다. (아, 사실 다른 직업은 모르겠고 프로그래머 이야기다) 특히 잘 안풀려서 밤샐 때 이야기들은 마치 자랑처럼 들리기도 한다. 내가 이 직업을 가져서 참 좋다라고 한 번 더 느낀 순간이다.

새벽 4시 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잠은 겨우 두 시간 잔 것 같다. 그냥 조그맣게 코를 고는 것도 아니고 기합이 꽉꽉 들어찬 것 같이 힘있게 코를 골아대니 이건 뭐 잘 수가 없었다. 오늘 점심까지 호스텔에서 늘어지지 않았으면 정말 큰일날 뻔했다.

러시아에서 가장 예쁜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왔지만 도시보다 잠부터 좀 자고 싶다.


경비

  • 브런치 215RUB
  • 지하철 50RUB
  • 잘못 타서 또 탄 지하철 50RUB
  • 기차역에서 시간떼우려고 마신 마끼아또 165RUB
  • 저녁 빵, 물 179RUB
  • 기차 이불이랑 베개 비용 133RUB

총 경비 792RUB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36,675RUB + $152.26


다음 이전

이 포스트의 위치가 궁금하시다면